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진상과 대안은?
정답은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의혹
불길 잡히면 원안대로 공사 착공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거야가 기-승-전-김건희 여사로 몰아간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말이다. 멀게는 16년여 전, 짧게 봐도 6년 전 추진된 서울양평고속도로 말이다. 전면 백지화 창검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치켜들었다. 그러곤 조자룡 헌 창 쓰듯 힘차게 휘둘렀다. 제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원희룡이 비틀… 감당할 만한 무기를 쥐고 정교하게 쳐야 한다. 이 사안은 뭔가 곡절이 얽히고 설켜 야릇하다. 그래서 굳이 어제 양평에 가서 하루밤 잤다. 진흙탕 싸움의 속을 들여다보니 ‘덜컥수’ 같다.
먼저 여당 쪽은 마뜩치 않겠지만, 정답은 있다. 거야 주장대로 ‘원안대로 공사 착공’ 하는 거다. 나는 거야 편을 들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사업비 1조원이 넘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국책사업을 덜컥 전면 백지화하다니!”
과연 그런 권한이 장관에게 있는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조차 않고 말이다. 참으로 통렬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현장에 가서 40년간 이 지역에 산 빠꼼이에게 들어봤다. 이런 볼멘소리들이 터져나올 만하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IAEA 보고서로 김이 샜다. 그래서 거야는 ‘이슈는 이슈로 덮자’고 작정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 땅 특혜 의혹’의 불씨를 지폈다. 원희룡은 이 사업의 전면백지화로 치고나왔다. 맞불 초강수에 다들 눈을 휘둥그레 치켜 떴다. ‘백지화’는 당정협의에서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원희룡이 단단히 점검해보지 않고 덜컥수를 둔 거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양평 주민들의 얘기이다. “김건희 여사 선산을 옮기지 않는 한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제거…”
윤통에게 불똥이 튀는 걸 막으려는 충성심이다. 노선이 어쩌고, 팩트를 설명해본들 별 무소용이다. ‘김건희 악마화’ 가짜뉴스 프레임은 못 막는다. 그래서 머리 좋은 원희룡이 머리가 뜨거워졌다. 율사는 가슴은 뜨거워도 머리는 차가와야 한다.
“정치 생명과 장관직을 걸지 않았습니까. 민주당 간판을 거십시오!” 원희룡은 “간판 걸고 붙자”고 포효했다. 이재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직격한 것이다. ‘날파리’ 선동을 지속한다는 판단이야 맞는다.
양평 주민 7년 숙원사업을 갑자기 중단시켰다. 그러곤 “장관직” 운운하니 기가 막힌다는 거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나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원 장관이 너무 치고 나간 거다. 모양은 구기지만 날파리 막는 원안 회군을 하면 될 일이었다. 이 고속도로는 하남 감일지구와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도로로 2017년부터 추진됐다. 기실 이 고속도로는 서울 사람들을 위한 거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 2006년부터 입안됐단다. 덕소-양평간 상습 정체구간 해소를 위해서였다. 도로 개통 시 서울~양평까지 1시간30분∼2시간 남짓 걸리던 게 15분으로 대폭 줄어든다. 국토부가 발표한 ‘광역교통 2030’계획에 처음으로 예상 노선도가 공개됐다. 이때 시점은 하남시, 종점은 양서면이었다.
2021년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다. 작년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도 이 노선 대로다. 그런데 갑자기 두물머리 근처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종점이 바뀌었다. 국토부는 강상면에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해명한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와 경제성을 따져 종점 변경을 검토했을 뿐이란다.
아마 국토부의 설명이 맞을 거다. 2년 전, 문재인 정부 때부터 나들목 설치와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지역 여론이 높았다. 정동균 전 군수(민주당)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백지화 초강수를 덜컥 둬도 되냐?’다. “절차를 밝아온 국책사업을 중대한 이유가 없는 데도 중단시킬 권한이 장관에게 있는가?” 말이다.
원희룡은 대통령 직보마저 건너뛰었다고 실토했다. 그렇다면 직권남용으로 의율될 소지도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일가 땅 특혜의혹을 거야가 물고 늘어지자 대로했다는 말도 나온다. 저간의 사정들을 감안하면, 원희룡의 초강수가 나온 배경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알았든 몰랐든 노선 변경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켜 의혹의 불씨를 지핀 건 국토부다.
거야의 ‘근거없는 의혹’ 제기에 윤통은 스타일상 격분했을 거다. 원희룡은 이렇게 해명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 상임위 간사에게만 보고했다. 대통령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나는 그 말은 맞다고 본다. 윤통이 평지풍파를 일으킨 국토부 조치에 대해 벌컥 화를 낸 건, 최소한 사실로 보인다. 양평 지역구 의원직을 잃은 김선교가 화를 불렀다는 말도 나온다. 표가 더 많은 강상면 쪽에 힘을 실어 지역 여론을 움직였다는 거다.
‘전면 백지화’는 갈수록 절차상의 문제로 옮겨가면서 거야의 기세만 등등할 거다. 그러니 원희룡의 덜컥수로 보인다. 여권이야 책임을 ‘김건희 악마화’ 프레임을 노려 가짜 의혹을 제기한 야당에 돌릴 테다. 그러나 양평 주민은 물론, 국민들 눈에도 “이게 나라냐?”는 정부 비판으로 흐를 소지가 크다. ‘김 여사 일가 땅 특혜’ 의혹의 불길이 잦아들 즈음, 백지화 초강수는 접어야 마땅하다.
체면 구기더라도 주워담아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원희룡은 충성심을 보인 걸로 만족하라. 국토부 장관 더 한다고 남는 것도 없을 테니… 백지화 초강수로 ‘남는 장사’ 했을지도 모른다. 배지 달려면 지금쯤 표표히 어느 지역으로 가라.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NATO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뒤 직접 정리를 해야 할 거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일종의 용기다.
절차 상의 잘못 또한 명백한 잘못이다. 어떻게 거야가 김여사 의혹을 제기한다고 절차 완료 단계의 국책사업을 백지화하는가? 주민 공청회 등 절차도 없이…그것은 책임정치도, 책임국정도 아니다.
이번 사태가 자칫 윤석열 정부의 ‘오만’으로 비화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