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와 원희룡의 ‘득실’

원희룡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은 대통령 선거기간 중 촬영된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를 발표했다. 그는 “대통령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내용”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물론 기자의 물음에 반사적으로 나온 답변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그립이 강한 윤석열 대통령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그렇게 불쑥 아닌 밤에 홍두깨 디밀 듯 했을 리가? 그렇게 도끼 눈을 치켜 뜨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원희룡의 성품을 보면 거짓부렁은 하지 않았을 거다. 존재감 없는 윤석열 캐비닛 중 그래도 몇 안되는 근자감 장관이 바로 원희룡이라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는 초강수임에 틀림 없다. “양평 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게 책임 정치냐?”는 비난도 거세다. 당장 거야는 “애들 장난이냐”면서 원안추진위 추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어린 아이도 아니고…도박하나”라고 했을 정도로 거야는 의표를 찔렸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은 휘하 장관 원희룡의 초강수에 어떻게 반응할까? 겉으로는 얼굴을 찌푸려도 속으로는 “참 잘했어요!”라고 할 거다. 무엇보다 자신을 끌어들이지 않고 거야와 정면승부를 하는 모습에서 옛날 자신을 보는 듯… 원희룡은 이상민에 이어 거야 탄핵 타깃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향후 원희룡의 정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판을 두드려 보면, 그는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더 많다. 이번 전격 발표는 윤통과 직접은 아니더라도 대통령실과 ‘사전교감’해서 이뤄졌다. 그러니 여권 내 원희룡의 위상과 말빨은 더 설 것이다.

대통령실의 지원사격을 받는 원희룡이 이재명과 “한판 붙자”고 한 건 의미심장하다. 차기 대선주자 반열로 몸값을 높이는 정치적 계산도 했음직하다는 해석까지 낳고 있다. 정치권에선 원희룡이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발표 전, 대통령실과 논의했다고 흘린다.

“원 장관이 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제기 가짜뉴스 선동에 대한 백지화 계획 발표를 대통령실에 사전 보고했다”(정부 고위층)

다만 윤통과 직접 대화를 나누진 않았을 거다. 원희룡 역시 “대통령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CBS)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상임위 간사님(김정재 의원)한테는 미리 말씀드렸다”며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를 물고 들어가 ‘가짜뉴스’ 선동을 했기 때문에 저와 일대일 토론을 하든지 해서 선동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으로선 남는 장사를 했다. 그가 장관을 더해본들, 남는 게 별로 없다. 다음 개각 때 물러나 배지를 다는 게 오히려 낫다. 2027년 3월 3일을 원희룡이 꿈꾼다면 말이다. 그래서 그의 다음 정치 발걸음에 시선이 쏠린다.

원희룡은 서울 3선 의원과 재선 제주지사를 지낸 바 있다. 경기 고양, 성남, 김포, 수원 등 수도권 격전지로의 전략공천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원희룡이 민주당 간판을 걸고 이재명과 맞붙자고 했다. 존재감 없는 윤통 캐비닛의 그저 그런 장관들만 보다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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