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칼럼] 부처님 오신 날···경청이 중요한 이유

“상을 짓지 않으면 부처 정도의 큰 사람이 되고, 부처 정도의 큰 성취를 이루려면 상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다른 가르침에서 추앙하는 성인도 이에 가깝다. 결국 가장 큰 인격은 자신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다. 경청이 중요한 이유다.”(본문 가운데) <사진은 실크로드 길목
난주 병령사 14호 석굴을 홍사성 시인이 찍었다>


자신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는 사람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절에 갈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상(相)을 짓지 말라.” “성불(成佛)하십시오.” 여기서 ‘상’은 마음속에 스스로 지은 틀이다. 보통은 누구나 이 틀을 통해 세상을 보고 판단한다. 자신의 의견이나 관점도 대부분은 이 틀이 드러난 것일 뿐이다.

‘상을 짓지 말라’는 자신만의 틀로 세상과 관계하면 전혀 이롭지 않다는 경고다. 왜냐하면 세상은 넓고 복잡하며 유동적인데, 좁고 굳은 틀을 갖다 들이대면 세상의 진실과 접촉하지 못하고 넓디넓은 세상의 좁다란 한 부분만 접촉하거나 유동적인 세상의 굳은 한쪽만을 지키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넓은 것을 좁게 보고 움직이는 것을 정지한 것으로 보면 이롭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세상의 진실이 아니라 자신이 정해놓은 진실을 배타적으로 강요하는 일을 ‘상을 짓는다’라고도 하고 ‘소유(所有)한다’라고도 한다. 따라서 상을 짓지 말라는 말은 무소유(無所有)하라는 말과 같다. 상을 짓지 않거나 무소유하면 진실을 접촉할 수 있다. 세계의 진실을 접촉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판단이나 결정을 그 흐름에 맞게 할 수 있으므로 성공한다. 그 흐름에 맞추지 못하면 실패하고 패망할 수밖에 없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크고 강한 존재가 바로 부처다. 부처는 세상은 한순간도 멈춤이 없고 고정된 뿌리를 가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세상의 진실은 이러하다. 그래서 한 생각이나 한 대상에 밀착하는 행위인 집착이 가장 헛된 일이다. 헛된 생각과 헛된 행위로는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 상을 짓지 않음으로써 헛된 생각과 헛된 행위를 벗어날 수 있으면 그 순간 부처가 된다. 가장 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상을 짓지 않으면 부처 정도의 큰 사람이 되고, 부처 정도의 큰 성취를 이루려면 상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다른 가르침에서 추앙하는 성인도 이에 가깝다. 결국 가장 큰 인격은 자신만의 생각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다. 경청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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