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내공은 문자를 통해 단련해야 두텁고 질깁니다”

반가사유상

구름이 두꺼워 해가 비집고 나오지는 못했지만, 이글이글 끓도록 단련한 빛의 내공을 막지는 못합니다. 구름을 찢고 나온 빛은 더욱 빛납니다.

내공은 문자를 통해 단련해야 두텁고 질깁니다.

『논어』에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고 쓰여 있습니다. 배우기만 하고 사유하지 않으면, 체계가 없이 구멍이 듬성듬성하고, 사유에만 빠진 채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내공을 쌓으려면, 배우기도 하고 깊이 사유하기도 해야겠지요. 여기서 배운다는 것은 주로 문자로 되어있습니다. 주로 책이 되겠지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문자의 구성에 강하지 못했습니다. 불교도 선의 전통이 강합니다. 상대적으로 경전의 구축에는 약했습니다. 그러니 불교를 공부하려면, 산스크리트어나 한자로 되어 있는 경전을 찾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선의 동작은 잘하지만, 선의 원리나 근거는 다 외부에서 구하는 수밖에 없죠. 불교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교육, 법률, 정치, 문화, 산업 등등의 모든 분야가 아직은 다 그렇습니다.

독단적인 이념가들이 많고, 그런 이념가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일이 일반화 되는 것도 다 이런 경향과 관련이 있습니다. 공부하지 않고 생각에만 빠지는 결과입니다. 그러면, 한 번 들은 생각을 평생 지키는 일밖에 하지 못합니다. 상황에 따른 변화가 불가능하죠. 바로 독단에 빠지고 맙니다.

요즘은 강연이 유행입니다. 강연(강의)만 듣고 문자적인 공부를 하지 않으면, 독단에 빠져 고집불통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화를 하거나 논쟁을 하기에는 충분하지만, 내공이 쌓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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