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동의 렌즈 판소리] ‘중'(中)···”문장도 음악도 모두 절도가 있다”

“문장도 음악에도 모두 절도가 있다. 한 음절 한 소절 한 구절의 절도를 알아야 절도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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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은 무엇일까? 쉬운 듯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가운데를 잡는 것이다. 그것은 가운데가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구는 태양과 달의 중간에서 자전 공전하며 시각각각 해와 달의 빛에너지(明)를 받아들이는 각도(角度)와 운동에너지가 달라진다. 그래서 도(度)란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을 향해 하루 1도 공전하며 365일 360도를 형성하는 것을 도(度)라고 했다. 24절기는 이 360도를 15도씩 정확히 나누어서 계산된 것이다.

그래서 지구가 운행하는 도수에 따라 각도가 달라지며 중(中)의 에너지 값이 달라진다. 지구는 상하 남북 지축선이라는 날을 세우고 좌우 동서로 돌며 해와 달에서 뿌리는 빛(씨)을 받으며 만물이 생장운동을 한다. 그래서 지구는 천지일월간의 중(中)이고, 오행으로 중앙 토(土)이며, 오음으로는 궁(宮)이라 했다. 또 임금은 나라의 살림과 정치를 고르게 한다 해서 항상 모든 국사의 중점에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도 지우치지 않고 고르게 분수에 맞게 처리해야 하는 중앙 토(土)와 궁(宮)의 역할을 맡는다고 했다. 그 궁에 위치한 임금이 산다고해서 궁궐(宮闕)이라 한 것이다.

궁(宮)과 토(土)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불편부당의 가운데(中)로서 이쪽과 저쪽의 다툼을 잘 조절하여 중화(中和)를 이루어내는 자리다. 아버지 씨인 정자(精子)와 엄마 씨인 난자(卵子)가 가운데 자리 자궁(子宮)에서 만나 ‘나’라는 새로운 씨가 생겨난다. 이것이 궁(宮)이고 토(土)이며 중(中)이다. 모든 만물은 그 궁과 토와 중이 다르다. 그래서 서로 간 다툼이 생기고 불화가 생겨난다. 나의 궁과 토와 중만 생각하고 일방적인 처세만을 주장하면 그 판은 깨져버린다.

음악의 오음계에서 으뜸 음은 바로 궁음(宮音)이다. 궁음은 본청음이다. 궁음은 저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태너와 바리톤에 궁음은 다르다. 그 궁음을 잘 분수할 줄알아야 나머지 음의 음가를 계산하여 조율할 수 있다. 이 궁음을 잘 모르고 음가의 분수가 어긋나면 음치가 되는 것이다.

중(中)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다. 시시각각 중점이 변하기 때문이다. 중을 알려면 이쪽 변과 저쪽 변이 만나는 중점에 각도(角度)를 알아야 하고, 또 그 각도의 도수(度數)를 잘 분수해서 새로운 수를 낼 줄 알아야 한다. 이 도의 연결성이 바로 절도(節度)다. 문장도 음악에도 모두 절도가 있다. 한 음절 한 소절 한 구절의 절도를 알아야 절도가 있게 된다.

사람 사는 일도 똑 같은 이치일 것이다. 중이란 중점이 어느 위상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 중점의 위상에 따라 중점에 중첩된 사방팔방의 각점(角點)도 달라지고 그에 따라 기하학적 공간과 차원도 함께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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