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가 있는 풍경] 나는 한 송이 꽃

동백꽃 <사진 이병철>

나는 바람
처마 끝의 풍경 가만히 흔들어
깊은 골의 적막 깨우는
한 자락 맑은 바람

나는 비
가뭄에 타는 흙 가슴
촉촉이 적시는
한 줄기의 단비

나는 물결
외딴 섬 기슭에 밀려와
그리움으로 온 밤 뒤척이는
한 이랑 작은 물결

나는 고요
큰 바람으로 불어왔다가
큰 비로 쏟아져 내리다가
거친 너울로 솟구치다가
다시 숨결 고르는
한 점의 고요

그리고 지금
나는 한 송이 꽃
당신 향한 셀레임으로
온몸 떨림 가득 피어나는
한 송이 작은 꽃

One comment

  1. 이 시 너무 좋습니다 곡을 붙여서 노래로 만들면 좋겠네요. 형님, 여류는 호이고 빈숲은 필명인지요? 정갑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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