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킵초게 또 세계신, 손기정·황영조·이봉주 이을 선수 없소?

킵초게

[아시아엔=김원식 1984년 LA올림픽 마라톤 출전, 스포츠 해설가, 함평중 교사] 뛰기만 하면 세계 최고 기록을 갱신하는 마라톤의 왕국 케냐에서는 정치인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사람이 바로 마라톤 선수라고 한다. 세계대회나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나라가 바로 케냐다. 이 나라의 마라톤은 우리나라 양궁과 상황이 비슷하다.

케냐에선 가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첩경은 마라톤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고 여기며 불굴의 투지로 42.195km에 도전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오늘의 케냐 마라톤이 태어난 연유다. 여기에는 물론 타고 난 신체조건과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의 꾸준한 훈련으로 뛰어난 심폐기능을 갖게 된 것도 한몫 했으리라 본다.

9월 25일 베를린마라톤에서 세계 기록을 세운 킵초게

케냐 출신의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는 9월 25일 열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코스인 2022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 01분 09초의 세계 최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자신이 2018년 같은 대회에서 세운 종전 최고기록(2시간 01분 39초)을 30초나 단축했다. 3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인류의 꿈’이라고 불리는 서브2(2시간 이내에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한국 남자 마라톤도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큰 활약을 보였다. 고(故) 손기정 옹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제패한 이후 고(故) 서윤복(1947년)・함기용(1950년) 선생이 세계 마라토너들의 꿈의 대회인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마라톤 우승 황영조

이어 몬주익 언덕이 떠오르는 황영조(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와 이봉주(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2001년 보스턴마라톤 우승)가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열린 국내 엘리트 선수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세계와는 거리가 먼 저조한 기록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국 남자 마라톤은 2000년 도쿄 국제마라톤에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 세운 한국 최고 기록인 2시간 7분 20초 이후 22년의 세월이 흐른 2022년 10월 현재에도 깨지지 않고 있다.

2007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8회 동아마라톤대회 남자부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이봉주 선수. 나이 37살 때다.

육성대책 마련과 함께 국내 대회에서도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한국 최고 기록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당근과 채찍이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기록이 퇴보하는 현실에서 앞으로 선수들의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더욱 강화하는 획기적인 대책이 있어야겠다. 이에는 경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고, 꿈나무 발굴 차원의 역전마라톤도 다시 활성화해서 제2의 황영조, 이봉주 선수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선수들을 길러내야 한다.

이와 함께 선수들이 국내 대회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불어넣어 주고, 재능이 뛰어난 어린 유망주를 조기 발굴해 은퇴 후에도 직업이 보장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없이 마음 놓고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케냐처럼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 자연환경과 지리적 조건은 인위적으로 어느 정도 갖춰낼 수 있다. 문제의 해답은 선수 개개인과 지도자 그리고 관계자들의 연구와 노력에 있다. 한국 마라톤이 또다시 세계 정상에 서는 날이 가까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라톤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한국’이 되길 기대하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필자 김원식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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