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장기 설움’ 손기정 후예들 도쿄올림픽서 태극기 드높이길

2020년 6월 서울 중구 을지로4가 지하상가 내 아뜨리애 갤러리에서 열린 ‘대한민국 체육 100년’ 사진전. 이 전시엔 ‘마라톤 영웅’ 손기정의 베를린 올림픽 우승, 서울 올림픽 개막식 등 한국 스포츠의 역사가 담긴 사진 60여 점이 전시됐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엔=김원식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 스포츠 해설가] 감동과 우정 그리고 평화로 하나 되는 지구촌의 스포츠 축제, 2020도쿄올림픽의 뜨거운 열기가 계속되고 있다. 대미를 장식할 남자 마라톤 경기는 8월 8일 오전 7시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오도리공원에서 열린다. 

“마라톤은 장거리 경주의 연장(延長)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올림픽의 꽃’이라는 수사(修辭)가 단순히 그 코스의 길고 짧음 때문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마라톤은 그 어떤 반칙이나 편법이 통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특별하다. 온몸으로 전 과정을 빈틈없이 관통해야 하는 것이 마라톤이다. 어떤 물리적인 공간, 시간적인 여백도 개입할 수 없는 것이 마라톤의 진수이자 정체다. 이런 점에서 마라톤은 스포츠의 일반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스포츠인 셈이다.
 
마라톤은 달려야 하는 거리가 42.195km로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30도가 넘는 고온부터 영하의 날씨, 평탄한 길부터 가파른 언덕에 이르기까지 대회마다 장소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경험이 많은 노련한 마라토너라도 그날의 컨디션과 코스, 날씨를 대비하지 않고서는 좋은 기록과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기다.
 
한국 남자마라톤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우승하고,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56년만에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또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이봉주 선수가 3초 차이로 아깝게 은메달을 따냈다.

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25년만인 이번 도쿄올림픽에 기대가 크다. ‘제2의 조국’ 대한민국에 반드시 메달을 안기겠다는 목표를 가진 케냐 출신의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3·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청양군청 소속) 선수와 심종섭(30·한국전력) 선수가 세계 최고기록(2시간01분39초) 보유자인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 선수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레이스를 펼치며 메달에 도전한다.
 
오주한 심종섭 두 선수는 그동안 2020도쿄올림픽 마라톤을 위해 김재룡 국가대표 감독(55·한국전력 마라톤 감독)의 지도로 우리나라 양궁처럼 세계 마라톤 왕국인 케냐의 엘도렛 캅타갓 해발 2000m 이상 고지대 캠프에서 꾸준히 훈련을 해왔다. 최근 막바지 훈련에 집중하면서 지난 3일 마라톤 경기가 열리는 일본 삿포로에 도착해 평소의 훈련량을 줄이며 체력을 비축하는 등 현지 적응과 폭염 대비 마무리 훈련에 전념하면서 컨디션 조절과 함께 결전의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 마라톤 경기는 보통 기록보다는 상대를 견제하며 순위 싸움으로 레이스가 전개되는 경우가 많고, 이번 도쿄올림픽 마라톤 경기도 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폭염의 날씨가 예상되기 때문에 출발 시간을 앞당겨 아침 7시 진행된다. 따라서 기록보다는 체력과 정신력이 강한 선수들의 순위 싸움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주한 선수는 자신의 최고기록(2시간05분13초)으로 케냐에서 훈련 때 2시간4분대의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더위에 강한 오 선수에게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오주한 선수는 “2020도쿄올림픽 마지막 경기 마라톤에서 오직 한국을 위해 달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심종섭 선수도 한껏 고조된 컨디션으로 “반드시 일을 저지르겠다”고 벼른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우승한 날은 8월 9일, 그 바로 하루 전날인 8월 8일 삿포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그때 그 영광을 재현해주길 온 국민과 함께 염원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