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조금은 아픈’ ​ 김용택

충남 유부도 찾은 농게

가을은 부산하다.
모든 것이 바스락거린다.
소식이 뜸할지 모른다.
내가 보고 싶고 궁금하거든
바람이 이는 풀잎을 보라.
노을 붉은 서쪽으로
날아가는 새떼들 중에서
제일 끝에 나는 새가 나다.

소식은
그렇게 살아 있는 문자로 전한다.
새들이 물가에 내려 서성이다가
날아올라 네 눈썹 끝으로
걸어가며 울 것이다.

애타는 것들은 그렇게
가을 이슬처럼 끝으로 몰리고
무게를 버리며
온몸을 물들인다.

보아라!
새들이 바삐 걸어간 모래톱,
조금은 아픈
깊게 파인 발톱자국
모래들이 허물어진다.

그게 네 맨살에 박힌
나의 문자다.​

– 김용택(1948~ )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창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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