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지선 전망대 D-38] 6.1지방선거는 허니문 선거가 될 것인가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많이 나오는 말 가운데 하나가 ‘허니문’이라는 말입니다. 원래 말뜻은 신혼여행이지만 정치에서는 새 정부 출범 후 일정기간 의회나 언론이 배려를 해주는 관행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새 정부가 좀 서투르거나 잘못을 저질러도 임기초반에는 비판이나 공격을 심하게 하지 않는 걸 말합니다.
이 말이 처음 나온 미국에서는 출범 후 100일 정도를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으로 잡습니다. 대공황을 겪고 있던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제32대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루스벨트는 뉴딜정책을 추진했는데, 의회가 적극 협조해 대통령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이때 의회의 특별회기가 100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의회의 배려로 루스벨트는 뉴딜정책을 적극 추진해 대공황 극복의 밑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미국의 유일한 4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미국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새 대통령 취임 후 100일 정도를 의회와 언론에서 배려를 해주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잡았습니다.
물론 잘못을 무조건 눈감고 덮어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때는 허니문 기간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하게 터트렸고 언론과 싸웠기 때문입니다. 반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비교적 오랜 허니문 기간을 가졌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어느 정도 허니문 기간이 있어서 비판의 강도가 다소 약한 경향을 보입니다. 언론이나 의회만이 아닙니다. 시민들도 임기 초에는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기다려주는 우호적 태도를 보입니다. 처음이라 서투르지만 앞으로는 잘 할 거라는 기대, 잘해주기를 바라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취임 직후 치르는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유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선 승리 효과’ 또는 새 정부 출범의 ‘컨벤션 효과’가 작동하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6.1지방선거 준비에서도 국민의힘이 다소 앞서가는 양상입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의 중심이라 할 광역단체장 공천을 17곳 모두 결정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겨우 7곳만 결정했습니다.
‘박근혜 파워’가 관심사였던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홍준표 의원으로 결정됐습니다. ‘박심’을 등에 업은 유영하 변호사는 홍 후보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 을’의 보궐선거에 출마할 거라는 예측입니다. 황상무 전 KBS 앵커의 단수공천으로 ‘윤심 공천’ 논란이 일었던 강원도지사 후보는 김진태 전 의원이 경선에서 이겼습니다.
‘윤심 공천’ 논란의 핵심인 경기지사는 ‘윤심’을 등에 업은 인수위 대변인 출신의 김은혜 의원이 대선주자급인 유승민 후보를 예상대로(?) 꺾었습니다. 대선승리효과가 작동한 것인데 본선에서도 통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어쨌든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수도권에 오세훈-김은혜-유정복(전 인천시장)후보를 확정지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직도 서울시장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공천 배제되었던 송영길 전 대표와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는 박주민 전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김진애 전 의원과 경선을 하게 됐습니다. 개인 사정이긴 하지만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민주당은 또 한 번 우스운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남춘 인천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재선에 도전하는 두 곳과 이광재 의원을 강원지사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노영민 충북지사 후보의 단수공천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부산·울산·대구시장 후보도 결정했지만 크게 기대를 거는 것 같지 않습니다. 6.1지방선거가 집권여당에 유리한 허니문 선거가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