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18] 20대 대통령, ‘정직성’과 ‘정책’으로 뽑혔으면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벽보

선거 전문가들은 흔히 선거는 구도, 조직, 바람이라고 말합니다. 먼저 선거 구도입니다. 지난 해 각 당의 경선과정 때 형성된 선거구도가 거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았습니다.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나는 지지율에서 잠깐 이재명 후보가 앞서기도 했습니다만 대체로 윤석열 후보가 앞서가고 이 후보가 바짝 뒤에 붙어 쫓아가는 모양새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한때 윤석열 후보가 흔들리는 틈을 타서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여 두 자리 수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만 다시 가라앉고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 지지율은 여전히 한 자리 수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20대 대선 구도는 이재명-윤석열 양강구도입니다. 2강1중 구도라 보기에는 안 후보의 뒷심이 약해 보입니다.

조직을 보면 이재명 후보가 다소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양대 조직 기반이라 할 친문세력과 호남조직이 아직 이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으로 친문세력이, 이낙연 위원장의 합류로 호남 조직이 결집하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윤석열 후보에게도 조직 면에서 취약점이 있습니다. 이른바 ‘윤핵관’ 문제로 이준석 대표와 빚어졌던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여전히 껄끄러운 상황입니다. ‘개사과’ 논란 때 거론됐던 이른바 ‘서초 캠프’와 무속인 논란이 일었던 ‘네트워크 본부’ 등 비선 조직도 말썽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히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한 때 선거운동을 중단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진보 정치세력 내부의 오랜 ‘NL-PD’ 노선 갈등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페미니즘 논란, 총선 공천 논란, 지도부 성폭력 사태 등으로 당 조직의 결집력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진보후보 단일화도 무산되어 진보진영의 결집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조직이 약해 단기필마입니다. 국민의당은 국회 의석수가 정의당보다도 적고 조직도 약합니다. 당명도 같고 안 후보가 만들었다는 점도 같지만 지금의 국민의당은 제20대 총선에서 호남지역을 석권하고 25석을 차지했던 국민의당과는 다른 정당입니다. 20대 총선 때의 국민의당 정치인들은 거의 대부분 국민의힘으로 옮겨갔습니다.

느닷없이 불어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흔히 바람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바람은 대개 ‘~풍’이라 불립니다. 대표적인 것이 ‘북풍’입니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때 투표전날 KAL기 폭파범 마유미(김현희)가 서울로 압송되었습니다. 중간평가론까지 내세워야 했을 정도로 고전하던 노태우 후보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됩니다.

선거에 이용하려 의도적으로 북풍을 일으켰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선거 승리를 북한 측에 돈을 주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총을 쏴달라고 했다는 이른바 ‘총풍’입니다. 이회창 후보를 두 번씩이나 승리 직전에 좌절시켰던 ‘병풍’이라는 바람도 있습니다. 아들들의 병역면제 논란이 불거져 이 후보에게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바람은 돌발적인 변수에 의해서만 부는 게 아닙니다. 시민의 염원이나 기대가 일으키는 바람도 있습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 때 불었던 ‘노풍’이 대표적입니다. ‘바보 노무현’에게 쏠린 새로운 정치에 대한 시민의 기대는 ‘노풍’이라는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노풍은 태풍이 되어 지지율 1%로 출발한 노 후보를 당선시켰습니다.

교착상태에 빠진 대선 구도가 어떻게 움직일지 아무도 모릅니다. 과연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요?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히는 단일화가 바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리스크’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바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바람보다는 후보들의 인물됨됨이와 정책으로 결정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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