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으로 가요~” 고니 수중발레도 구경하고, 두물머리 강바람도 쐬고
[아시아엔=글/사진 곽노군 미래유통 대표] 팔당댐 하류 팔당대교 아래 겨울철새 고니가 날아들었다. 대략 300~400마리 정도는 족히 될 듯하다. 사진을 좋아하는 작가들이 몰려든다. 꽃은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고 철새 는 사람을 모이게 한다.
“고니가 왔어요”
한달 전 팔당댐 아래 고니 서너 가족이 날아들고 이후 조금씩 늘어 어느덧 100가족은 되어 보인다. 올 들어 팔당댐 상류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꽝꽝 얼어 붙었다.
팔당댐 하류는 물 흐름이 있어 얼지 않은 탓인지 고니들이 먹이활동에 분주하다.
팔당댐 상류 두물머리는 한번 얼어붙으면 반쯤 녹아내리는데 한달은 걸리는 듯하다. 얼음이 얼지 않은 이곳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얼음이 적당히 녹아 먹이활동이 좋아지면 고니는 팔당댐 넘어 두물머리로 자리를 옮겨 먹이를 찾는다.
그때가 절기상 입춘 무렵이다. 고니는 경계심이 심해 안전이 확보된 장소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두물머리에 꽁꽁 언 얼음이 반쯤 녹았을 때 적당히 먹이활동을 하고 얼음판 위에서 휴식과 잠을 잔다.
이곳은 영양 많은 연줄기와 연뿌리, 갈대뿌리 그리고 크고 작은 물고기가 풍부한 곳이다. 이곳 두물머리 근방은 물 흐름이 없고 수심이 낮아 먹이활동 하기가 용이한 곳으로 외부 천적으로부터 안전이 보장된다. 고니는 철저하게 가족단위로 움직이는데 먹이활동을 하다가 다른 고니 가족이 날아들면 긴 모가지를 아래 위로 내렸다올렸다를 반복하며 끼욱끼욱 소리를 지른다. 반가움의 표시다. 이들은 날개짓 하며 주변을 빙빙 돌며 목을 길게 빼고 더욱 소리 높여 한바탕 노래와 춤을 춘다. 그리고 나서 함께 먹이활동을 한다.
고니는 덩치 큰 날짐승인 만큼 날고 내려앉는 모습이 장관이다. 날 때는 날개를 있는 대로 퍼덕이며 물위를 힘껏 달려가며 박차오른다. 반면 하늘에서 내려앉을 때는 날개로 속도를 줄여가며 미끄럼 타듯 내려앉는데 그 장면 또한 백미다.
이런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아마추어 작가부터 전문 사진작가까지 고니 숫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룬다. 사람이 고니를 구경하는지, 고니가 사람 구경을 하는지 분별하기가 어렵다.
사진 마니아들은 먹이활동을 위해 수중발레를 하는 장면을 담기도 하지만 가족간 새로운 만남과 날고 내려앉는 멋진 장면을 담기 위해 때를 기다린다.
평상시 경계심이 심한 고니는 일정 거리를 두기 때문에 가까이 접근하기가 어렵지만 막상 본격적인 먹이활동이 시작되면 경계를 풀고 10미터 가까이에서도 보란 듯이 모델이라도 된 양 수중발레를 하며 머리를 거꾸로 물속에 처박고 발을 하늘로 휘저으며 먹이 찾는다.
가끔씩 한두 가족 또는 두세 가족이 동시에 나는데 그 장면이 멋져 탄성이 저절로 터져나온다. 영하의 날씨에도 조용히 기다리다 고니가 날 때면 그 장면을 담기 위해 마니아들은 일제히 움직여 셔터를 눌러댄다.
그렇게 이런 장면을 담기 위해 길게는 몇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반대로 어디에선가 먹이활동을 벌이다 이곳으로 날아들어미끄럼 타듯 내려앉는 장면을 담기 위해 일제히 카메라 셔터가 눌러지는데 마치 누에가 뽕잎을 갈아먹는 소리같기도 하고 늦가을 우박 쏟아지는 소리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동이 틀 무렵부터 이곳에 와 해가 질 때가 돼서야 이곳을 떠나는 마니아들도 있다. 이렇게 추운 곳에서 추위를 견디면서 하루를 보내고도 날고 내려앉는 두세 작품사진을 담고는 추위도 잊은 채 흐뭇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고니들은 얼음판 가장자리로 한두 가족씩 모여들어 휴식을 취하고 밤잠을 청한다.
길게는 두세 주 정도 먹이활동을 벌이고 먼 길을 가기 위해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얼음이 모두 녹을 때 즈음 이곳을 떠나 3000km가 넘는 시베리아로 번식을 위해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