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임인년 새해 “겸손해서 남 줍시다”
필자는 젊은 시절 엉덩이에 뿔이 나 천방지축(天方地軸), 좌충우돌(左衝右突)하며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다닌 적이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나를 사람취급 했겠는가?
겸손이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를 말한다. 제나라 정승 안영(晏?)에게 마부가 있었다. 하루는 마부의 아내가 정승 안자(晏子, 안영)가 탄 말을 끌고 가는 남편을 보았다.
그런데 정승인 안자는 말을 타고도 몸을 앞으로 굽히고 가는데, 마부인 자기 남편은 허리를 뒤로 젖히고 배를 앞으로 쑥 내밀며 정승보다 더 기세등등하게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날 밤 아내는 남편인 마부에게 “여보! 안자(晏子)는 정승이라도 몸가짐이 조심스러운데, 당신은 한낱 마부로서 무엇이 그리 의기양양하오?” 하고 남편을 나무랐다.
그 뒤로 마부의 행동이 겸손해졌다. 이것을 이상히 여긴 정승은 그 까닭을 물었다. 마부가 대답하기를 “저의 아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그 후 정승 안자는 왕에게 천거하여 자기 마부에게 대부(大夫)라는 벼슬을 내려주었다.
한편 덕에도 ‘음덕(陰德)’과 ‘양덕(陽德)’이 있다. 음덕은 남에게 알려지지 않은 선행을, 같은 선행이라도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양덕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빛과 향기를 드러내는 것과 제 스스로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빛과 향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있다.
여기 물과 꽃이 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 넣는 물은 항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세상의 온갖 때를 다 씻어준다. 바위와 험한 계곡을 마다하지 않고 모든 생명을 위해 묵묵히 그리고 쉬지 않고 흐른다.
다들 제 빛깔과 향기를 드러내기 위해 여념이 없는 세상에서 물과 같은 사람이 없다면 세상은 온통 시들어버릴 것이다. 필자가 존경하고 따르는 큰 스승인 좌산(左山) 이광정(李廣淨) 상사(上師)의 법문(法門)에 ‘겸손의 덕’이 있다.
첫째, 겸손이 있는 곳에는 하늘도 돕고, 땅도 돕고, 사람도 돕는다.
둘째, 겸손이란 스스로를 낮추는 마음이요, 네 덕 내 탓 하는 마음이요, 항상 조심하는 마음이요, 늘 모시고사는 마음이요, 누구에게나 배우려는 마음이요, 항상 더 배우려는 마음이요, 항상 경외(敬畏) 일념으로 사는 마음이다.
셋째, 겸손이란 높은데 있어도 오만하지 아니하고, 낮은데 있어도 더욱 분발하는 마음이다.
넷째, 겸손이란 위에서도 겸손하고, 낮은 곳에 있어도 겸손하고, 드러나도 겸손하고, 홀로 있어도 겸손할 따름이다.
다섯째, 겸손이 있으면 길방(吉方)에 있어도 길하고, 흉방(凶方)에서도 도움 있어 길할 뿐이니 어느 곳 어느 때나 길함만 있을 것이다.
여섯째, 겸손하고 수고로움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영광도그만큼 클 것이다.
일곱째, 겸손의 심법이 무너지는 순간 오만이 나타나 모든 재앙의 비롯이 된다.
남에게 무엇을 베풀었음에도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고, 음덕을 쌓고 사는 사람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음덕을 쌓는 사람에게는 대우주에서 베푸는 양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