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부르면 달려올 것 같은 깐돌사부님, 박상설 선생님
[아시아엔=서용호 행동하는인문학(행인) 준비위원] 깐돌사부님, 고 박상설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나신지 3주가 지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아직도 우리 곁에 계신 것 같다. 새해 첫날 산행을 곁들여 송광사 불일암에 다녀왔다. 사부님 명복을 빌며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허전함과 슬픔이 밀려온다.
사부님이 지어주신 나의 별명대로 ‘엘크’가 만나는 ‘산과 자연의 모든 것’은 다 우리 ‘깐돌사부님’이라고 억지로라도 우겨보기로 작정했다. 그러자 한결 나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마음 한구석 사부님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은 어찌할 수 없다.
너무 너무 보고싶은 깐돌사부님···.
새해 첫날 미국 사는 깐돌사부님 가족들이 ‘추모영상’을 보고 싶어한다는 서울 따님 부탁을 받고 ‘추모영상’을 보내드렸더니 하룻만에 이렇게 답신이 왔다. 코로나로 아버님을 여읜 딸의 심정이 깊게 배어있다.
딸의 소식을 전달받고 마음은 아렸지만, 조금은 뿌듯했다. 그래도 가족들이 다소나마 위안을 받았다고 하니 새해 첫날부터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우리 깐돌사부님이 그토록 글쓰기를 좋아하시던 아시아엔 독자들과 공유하려 한다. 다음은 박상설 사부님의 큰딸 편지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보스톤에 살고 있는 박상설씨의 장녀 박소현이라고 합니다. 아버님이 워낙 역동적으로 사시는 분이라 100수를 훌쩍 넘기실 줄 알고 평소 아버님한테 무심했던 것이 너무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인데, 이렇게 귀한 영상을 직접 만들어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와 우리 식구에겐 큰 위로가 되고 아버지를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랜 외국생활로 아버지와 마음껏 살뜰하게 추억을 만들지 못하고 살아왔는데…영상을 보니 가족처럼 귀하신 분들과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과 공간으로 떠나시기 전까지 행복한 모습이 보여서 다시 한번 캠프나비 회원님과 엘크님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아버님이 ‘모던(modern) 가족’의 의미란 ‘피를 나눈 관계가 아니라 마음과 정신을 나누어야 진정한 가족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영상을 보면서 그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아버님은 떠나셨지만 그동안 아버님과 함께 하여주신 열정과 나눔의 시간들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내비게이션으로 남아 방향을 잡고 갈 것이라고 믿고 아버님이 보내는 또다른 삶의 방향을 잡는 메시지로 여기겠습니다.
영상 하나 하나가 제 아버지의 감성을 그대로 표현해주신 것에 저희 아버지도 많이 감사드릴 것입니다. 캠프나비 회원님과 엘크님께 늘 평안함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제 아버지의 모던 가족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나의 눈시울은 다시 젖어왔다. 지난 6월 처음 만나 불꽃처럼 사랑과 존경은 나눈 깐돌이사부님은 과연 내게 어떤 존재이셨기에 그런 걸까?
나는 아마도 오랫동안 해답을 찾기 위해 골몰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