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의 성품을 제갈공명은 이렇게 평했다

삼국지13 한글판

성품(性品)은 인간의 본성(本性), 즉 태어나면서부터 본래적으로 지닌 성질을 말한다. 성품은 인간의 마음을 통하여 우주의 본체를 밝히려는 입장에서 ‘심체(心體)’라고도 한다.

삼국지에 보면 유비(劉備, 221~263)가 오갈 데 없이 난처한 상황이 됐던 시절, 먼 친척이자 형주의 주인인 유표(劉表)에게 얹혀 살게 된다. 나이가 많고 건강이 안 좋았던 유표는 능력 없고 미덥지 못한 아들들에게 형주를 맡기지 못해서 고민이 깊었다.

덕인(德人)인 유비에게 아들 대신 형주를 맡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하지만 유비는 결사적으로 거절한다. 이때, 제갈공명이 유비에게 말한다. “주군! 지금 우리에게는 명분이 생겼습니다. 형주를 이 기회에 정당하게 물려받아서 천하통일의 초석을 마련하시지요.”

유비와 제갈량

그런데 유비는 단호한 태도로 제갈공명에게 대답한다. “군사(君師)는 나를 그 정도의 사람으로 밖에 보질 않습니까? 나는 내 은인의 땅을 빼앗아서 천하를 도모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서 제갈공명이 속으로 생각한다. “유비의 말이 계획된 말이라면 이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다. 그런데, 유비의 말이 계획된 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면, 이 사람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대중의 칭송이 절로 나오도록 기획하는 사람은 무서운 사람 혹은 무서운 지도자일 수 있다. 하지만 기획이 아닌, 기획이 필요 없는 지도자의 파괴력은 아마 세상을 바꿀지도 모른다. 치밀한 기획과 습득된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보다 타고난 성품과 기질, 그리고 지혜를 갖춘 사람은 그 어느 사람과도 비교될 수 없다.

링컨은 “사람의 성품은 역경을 이겨낼 때가 아니라, 권력이 주어졌을 때 가장 잘 드러난다”고 했다. 보통사람들이 역경을 이겨내면 ‘그 사람 성품이 참 좋네!’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한 것은 가장 고귀한 자리에 올랐을 때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을 때, 자유의지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성품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권력을 쥐게 되면, 성품이 좋은 사람은 그 권력을 약자를 보호하는 데 쓰는 반면, 성품이 좋지 않은 사람은 사람들을 학대하고 자기 지위를 누리는 데 쓴다.

그래서 권력을 쥐어주면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프랑스의 시인이며 우화 작가인 장 드 라퐁텐이 쓴 ‘전갈과 개구리’에 나오는 얘기다. 물가에 서 있던 전갈이 개구리에게 자신을 업고 강 건너편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개구리가 물었다. “네가 나를 독침으로 찌르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믿지?” 전갈이 말했다. “너를 찌르면 나도 익사할 텐데 내가 왜 그렇게 하겠어?”

전갈의 말이 옳다고 판단한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 중간쯤에서 전갈이 개구리의 등에 독침을 박았다. 둘 다 물속으로 가라앉는 와중에 개구리가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왜 나를 찔렀지? 너도 죽을 텐데.” 전갈도 죽어가며 말했다. ​“그것이 내 본능이니까.”

이렇게 성품은 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타고난 성품, 즉 인성을 천성이라 한다. 그리고 타고난 직종이나 직업 등을 천직이라 부른다. 사람은 무엇보다 타고난 성품이 좋아야 한다.

청(靑)나라 강희제(康熙帝)는 이렇게 말했다. “인재를 논할 때 반드시 덕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짐은 사람을 볼 때, 반드시 ‘심보’를 본 다음 학식을 본다. 심보가 선량하지 않으면 학식과 재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재능이 덕을 능가하는 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타고난 성품을 능가하는 것은 없다. 학식, 경력, 학벌, 지위, 환경 등 그 어느 것도 타고난 성품을 대신할 수 없다. 그만큼 타고난 성품은 바꾸기가 어렵다. 다만 수행을 통해 그 성품이 조금 긍정적인 쪽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좋은 성품 위에 학식이나 신앙이 더하게 되면, 그야말로 고매한 인품으로 존경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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