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98] 뜨거운 무대, 팔짱 낀 민심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왼쪽부터)

[아시아엔=손혁재 자유기고가] D-98,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D-100이 되는 11월 29일 대선 관련 여론조사가 쏟아졌습니다. 조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여론조사 결과는 사람들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5% 내외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에게 밀릴 가능성도 보입니다. 언론이 잘 안 다뤄주고 있지만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도 열심히 뛰고 있고, 3번의 도전에 실패했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출마를 선언하였습니다.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후보 등은 두 거대 양당에게 실망하거나 좌절한 ‘절망 표심’을 겨누고 제3지대 형성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단일화도 쉽지 않겠지만, 제3지대가 형성된다고 해도 이재명-윤석열 대결구도에 금이 가지는 않을 겁니다. 잘 되어야 캐스팅 보터 정도? 결국 대선은 이재명과 윤석열 양자대결로 치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D-100을 맞아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자신들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역적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을 보도하는 미디어와 여론조사기관들도 점점 바빠지고 있습니다.

선거판은 뜨겁게 달구어졌지만 정작 투표권자인 국민들은 선거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각종 여론조사도 응답률이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전화 열 몇 통을 걸어야 겨우 한명 정도 응답하는 수준입니다. 네거티브 캠페인에 넌더리났을 수도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쳤을 수도 있습니다.

단상이 뜨거운데 단하가 차가운 건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와 윤석열 후보 선대위 모두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소속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반성과 변화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당 혁신과 선대위 쇄신 호소로 일부 개편됐지만 아직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언론 표현에 따르면 ‘개문발차’를 했습니다. 함께 해야 할 사람이 아직 합류하지 않았지만 다급하니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바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후보 간의 힘겨루기 때문입니다. 이수정 선대위원장 임명에서 보듯이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 사이의 삐걱거림도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10여년 선거 때마다, 또는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됩니다. 김 위원장이 박근혜 문재인 등 여야를 넘나들면서 선거의 승리를 이끌고 무너지는 당을 살려내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김 위원장을 끌어들이려 하는 건 어찌 보면 예상된 일입니다. 오죽하면 더불어민주당과의 접촉설까지 나오겠습니까.

정치적 위기가 닥칠 때나 선거를 치를 때 김종인 위원장 이름이 정당이나 언론에서 호출되는 건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김 위원장이 상당한 정치적 성과를 냈던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80대 노정객의 정치문법이 4차 산업시대, MZ세대에게도 통할 수 있을 거라고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깨달아야 합니다. 옛날 방식 그대로, 관성적으로, 기성정치인 중심으로, 대규모 선대위를 꾸리는 정치공학적 방식으로는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특정인사에 의존하는 선대위도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오늘날 국민이, 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정책을 제시해야 민심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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