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달의기자상···’공군성폭력 사망은폐’·’미래농의 미래’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등 6편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한국기자협회(회장 김동훈)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제370회(2021년 6월) 이달의기자상 수상작으로 농민신문의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MBC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G1 조기현·윤수진·김민수 기자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등 6편을 선정했다.

다음은 수상작 및 보도제작 경위

◇취재보도1부문

△SBS 법조팀 안희재·홍영재·원종진·배준우·정윤식 기자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영상 및 거짓증언 요구정황>

“택시기사입니다. 결심했습니다. 잠깐 만납시다.” 지난달 2일 이른 새벽 취재진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오고 몇 시간 뒤 현직 법무부 차관의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 폭행 영상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반 년동안 공을 들인 SBS 법조팀의 노력이 결과로 드러나는 순간이자, 의혹만 쌓여가던 고위 공직자의 폭행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거짓 증언 종용 정황이 확인되는 계기였습니다. 주행 중인 운전자 폭행 사건은 적극적으로 보도됩니다. 특별히 무겁게 처벌하는 법까지 따로 마련한 건 그만큼 우리 사회 미치는 해악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 가해자가 공직자 중에서도 법치 수호 최전선에 있는 법무부 차관이 됐다는 점에서 SBS 법조팀은 사건을 무겁게 인식하고 실체 파악에 취재력을 집중했습니다. 특히 ‘그날 밤’ 택시 안에서 이뤄졌다는 폭행과 욕설은 정확히 어느 수준이었는지, 택시는 운행 중인 상태였는지, 조용히 내사종결 처리된 배경은 물론 고위 공직자 검증 과정에 구멍은 없었던 건지 등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하략)

△MBC 인권사회팀 신재웅 기자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지난 5월 28일, 공군 故 이 모 중사의 유가족 지인을 통해 직접 제보를 받아 취재를 시작함.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던 고인의 부모님을 만나 여러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음. 이어 고인의 큰아버지와 고모, 고모부를 인터뷰했고, 고인과 이제 막 혼인신고를 했던 남편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음. 유가족들은 고인이 겪었던 마지막 80여 일,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소상히 털어놓았음.

유가족들은 고인의 극단적 선택을 처음부터 언론에 공개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함. 자신들의 사연을 복수의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 군 관련 시민단체에 제보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마지막 수단으로 언론사에 찾아왔다고 토로함. 언론을 최후의 보루로 생각한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기자’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진실을 반드시 세상에 공개해야겠다는 책임감으로 사건 보도에 이르게 됐음.(하략)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농민신문 농고기획 취재팀
<미래농의 미래, 농고에 길을 묻다>

충남 부여 한국식품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들이 축산식품 가공 관련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농민신문은 세 차례 시리즈를 통해 농업계 고교의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농민신문 인터넷판>

지금의 농촌은 인구 감소와 이농, 심각한 고령화 등으로 공동체 붕괴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음. 이같은 흐름이 계속될 경우 나라의 생명창고인 농업·농촌 기반마저 위협받게 됨. 따라서 지속가능한 미래 농업을 위해 후계농 육성이 절실한 실정임. 하지만 현실은 ‘농업후계자 양성소’ 최일선에 있는 농업고등학교(이하 농고)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암울한 상황임. 이에 <농민신문>은 농고가 당면한 현실과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청년농 육성의 산실로서 농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희망이 깃든 미래농의 미래를 열어보고자 이번 기획을 마련했음.(하략)

△국민일보 이슈&탐사2팀 권기석·양민철·방극렬·권민지 기자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

국민일보 기획 ‘144조 균형발전예산 대해부’의 설득력을 잘 보여준 그래픽

신안산선, 서울공예박물관, 전남 강진군의 공용목욕탕 운영 도우미….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사업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이하 균형발전예산)’가 투입되는 사업입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만들어진 균형발전예산엔 매년 10조원 가량의 혈세가 들어갑니다. 지금까지 모두 144조원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해마다 커지고 있고, 지방 소멸 현상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 많은 예산이 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는 건지 확인해보자는 것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하략)

◇지역 취재보도부문

△G1 보도국 조기현·윤수진·김민수 기자
<미성년자 성착취 실태>

“경찰에 몇 번을 찾아갔지만, 증거를 가져와야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결국 언론사로 오게 됐어요.” 지난해 9월 제보자가 취재팀을 찾아와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10대 친척 아이가 성착취 조직원들에게 협박을 당해 강제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는 경찰을 믿지 못했습니다. 수차례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증거를 가져와야 한다며 돌려보냈다는 겁니다. 언론이기에 앞서 어른의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른이 역할이다.” 그렇게 취재팀은 경찰이 제보자에게 가져오라던 증거를 하나둘씩 찾기 시작했습니다.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피해 학생을 찾아도 조직원들의 보복이 두렵다며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피해자 한명 한명을 찾아 설득하는 과정이 여러 달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은 결국 피해 학생들을 설득해, 그 증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도와주세요. 꼭 처벌 받았으면 좋겠어요.” 15살짜리 여중생의 이 말 한마디는 취재를 결코 포기할 수 없게 하는 동력이 됐습니다. 피해 학생들의 성착취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하략)

△KBS춘천 보도국 박성은·이청초·조휴연·최혁환·박영웅 기자
<태백경찰서 신입 여경 집단 성희롱 사건>

피해 여경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사전취재를 통해 경찰의 조직적 비위에 대해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바로 보도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피해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떠올리기 힘든 기억을 수면 위로 꺼낸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요청을 하고 기다렸습니다. 대신 차근차근 근거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두 달 뒤 마침내 피해 여경이 용기를 냈습니다. 무엇보다 최대한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만나기로 약속을 하기 전부터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며, 친밀감을 쌓았습니다. 성폭력 상담소장에게 자문하며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우고, 이를 취재에 적용했습니다.

피해 여경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제대로 된 진술을 할 수 있도록 인터뷰 촬영만 이틀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피해 여경은 현직 경찰관이 실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울분에 찬 표정으로 털어놨습니다. 사회 초년병에, 갓 20살을 넘긴 젊은 여성이 감당하기엔 경찰이란 조직은 너무 무서웠습니다. 정의를 수호하고 자신을 지켜달라며, 조직 내부에 도움을 청했지만 돌아온 건 침묵과 조롱뿐이었습니다.(하략)

*보다 자세한 취재 경위 등 공적 사항은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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