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베트남은 감동의 눈물바다…12층 추락 아이 구조 배달기사 “내 딸이 떠올랐다”
[아시아엔=베트남 란 퐁 <단 트리> 기자, 송재걸 <아시아엔>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4시30분께 베트남 하노이 동안 지역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배달준비를 하고 있던 응우옌 응억 만흐(31)는 12층 발코니에 매달린 아기를 목격했다. 아기 울음소리가 나는 방향을 살펴본 응우옌은 발코니에 아기가 매달려 있는 걸 발견했다.
현장으로 달려간 응우옌은 아파트 현관 위를 덮고 있는 2m 높이 패널 지붕 위로 올라갔지만, 경사진 지붕에 똑바로 서 있기도 어려웠다. 그는 발이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이와 동시에 발코니에 매달려 있던 아기가 50m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그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졌던 배달기사가 앞으로 몸을 내던져 아기를 받아냈다. 아기가 콘크리트 바닥과 충돌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응우옌은 추락하는 아기를 보며 ‘나 여기 있다, 제발 나한테 떨어져라’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기도에 응답이라도 하듯 아기가 응우옌 품으로 떨어졌다.
불과 2-3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기를 구한 응우옌은 배달 일을 계속하려고 아기를 경비원에게 맡긴 후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 역시 팔을 삐어 진통제로 밤새 통증을 견디면서도 아기 가족과 별다른 연락은 취하지 않았다.
아기 가족은 전화번호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그를 수소문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아기는 둔부 탈구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 중이다.
아기를 살린 용감한 배달기사 이야기는 베트남 전역으로 펴져나갔다. 응우옌은 언론 인터뷰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지만 나는 영웅이 아니다. 그저 좋은 일 하며 살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전화번호로 돈을 송금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 힘으로 번 돈이 아니면 갖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언론 인터뷰와 후원하겠다는 제안도 밀려들었다. 2일에는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그는 “아기가 퇴원하면 찾아가 볼 생각이다. 혹시 어떤 문제가 있는 거라면 입양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아기를 보자마자 딸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단 트리> 인터뷰에서 “아직도 내가 아기를 구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버지라면 누구나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서한을 보내 “당신이 보여준 용기있는 행동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귀감이 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