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입학 ‘패스웨이’ 프로그램 ‘문제투성이’···일부 유학원 장삿속

추억의 미국 드라마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원제: The paper chase). 1978년 만들어진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은 미국 최고 대학인 하버드 법대 학생들의 치열한 도전과 좌절, 사랑과 이별을 그린 드라마로,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아시아엔=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 소장] 인터넷에 ‘패스웨이’란 키워드를 검색해 보면 많은 유학원이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고교 성적이 나쁘거나 영어공인 성적이 없거나 점수가 나쁜 학생들이 그 내용을 읽어보면 빠져든다.

국내대학 정시에 떨어지고 나서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패스웨이’는 밤길을 인도하는 북극성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약점이 있다. 절박한 암환자가 가짜약을 덥석 사는 것처럼 국내대학에 떨어져 낙담하는 학생은 영어공인성적 없이 미국 명문대에 갈 수 있다는 말에 앞뒤 안 보고 계약을 한다.

패스웨이란 프로그램을 정확히 이해하고 더 좋은 프로그램은 없을까 깊이 생각해 보자.

​패스웨이는 재정난에 허덕이는 미국 대학들이 많은 학비를 내는 국제학생들을 받아들여 재정을 벌충하려는 계획에, 쉽게 비즈니스를 하려는 국내 유학원들의 이익이 맞아 떨어진 프로그램이다. 유학원들은 “고등학교 내신만으로 미국 명문대학을 입학-졸업까지 100% 유학 성공”이라고 선전한다.

그리고 “최근 미국 명문대학들이 더욱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해 Global Pathway Program이라고 하는 새로운 입학제도를 도입, 국제학생들이 손쉽게 입학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는 분명 과장광고다.

패스웨이를 개설한 대학들은 명문대학도 아니고 우수인재 발굴을 위한 프로그램도 아니다.

패스웨이 개설 대학은 1-2개를 제외하고 대부분 100위권 밖 대학들이고 정원 채우기 힘든 대학들이다. 결국 재정난 때문에 주 거주(In State) 학생보다 3배 정도의 비싼 학비를 내는 국제학생들을 쉽게 받아들이려 이런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이다.​

“영어 공인성적은 영어권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필자는 영어 공인성적을 등산화에 비유한다. 백두산을 오를 때 등산화 없이 맨발로 오를 수 있나? 영어를 못하면 기본적으로 영어로 가르치는 미국대학에서 따라가지 못한다.” 영어 수학능력 없이도 미국유학이 가능하다면 이건 10 중 8-9 속임수 아닐까?  ​

패스웨이는 영어 능력이 낮아 영어 공인시험(토플이나 아이엘츠) 성적을 기준점수까지 확보하지 못하는 국제학생들을 쉽게 입학시키겠다는 제도다. 즉 아무나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영어 공인성적은 영어권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필자는 영어 공인성적을 등산화에 비유한다. 백두산을 오를 때 등산화 없이 맨발로 오를 수 있나? 영어를 못하면 기본적으로 영어로 가르치는 미국대학에서 따라가지 못한다. ​

유학원들은 패스웨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100% 유학 성공’이라고 하나 영어가 전혀 안 되는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들은 이 학생들을 탈락시키지 않기 위해 점수를 마구 준다. 그렇다면 이 학생이 대학 4년을 졸업하더라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유학업자들은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패스웨이로 가는 학생들은 이 수업을 받는 동안은 정식 학생이 아니다. 대학 내 시설을 이용하고, 기숙사에서 생활하지만 정식 학생이 아니다. 그냥 청강생이고 정원 외 학생일 뿐이다. 과정을 이수하고 1학년 혹은 2학년으로 편입해야 그때 정식 학생이 된다.

마치 몇 년 전 국내 중앙대, 한양대, 경희대, 서울교대 등에서 유학업자들이 진행하다 물의를 일으켰던 1+3 제도와 같다. 그 1년을 미국대학에서 하는 것이다. 패스웨이로 간 학생들 가운데 그 과정을 다 이수하고 정식 학생이 되는 이들도 많다. 이 학생들 가운데 3학년 과정으로 다른 대학에 편입하려는 학생들이 필자에게 매년 찾아온다. 필자는 이들에게 만족도를 물어보면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유학원들의 광고를 보면 “Pathway 과목은 모두 대학 진학 시 인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대학 마다 다르지만 과목 가운데 G라는 이름이 붙은 과목은 학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2학년으로 진학하지 못하고 1학년 2학기로 진학을 한다. 학점이 부족해 2학년으로 진학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학원들은 2학년으로 간다고 선전을 한다. 1년 과정의 학비를 냈으나 실제로는 1학기 학점밖에 이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미국대학들은 한 학년에 보통 3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패스웨이로 1년을 보내는 학생들은 30학점을 이수하지 못한다. 이른바 패스웨이 학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학점’을 이수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학부모들은 자녀가 영어 공인성적이 없고, 학교 내신이 낮아서 미국의 괜찮은 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약점을 유학원들이 파고 들어 패스웨이를 추천한다. 패스웨이로 가는 학생들은 대부분 5-6등급 학생들이다. 이를 Letter grade로 하면 C다. 이런 학생들은 내신과 내신등급만으로 패스웨이로 가는 대학보다 훨등하게 좋은 미국 4년제 대학으로 진학 가능하다.

물론 영어공인 시험성적이 있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영어공인 시험성적 획득을 피해서는 안 된다. 이를 피하려는 학생들은 백두산 등산을 맨발로 가려는 것과 같다. 미국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데 영어공인 시험성적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

토플 성적은 대학마다 요구 조건이 다르다. 명문 주립대학은 120점 만점에 79-80점을 요구한다. 그러나 명문 주립대학들의 브랜치(Branch) 캠퍼스 가운데 61-70점을 요구하는 좋은 대학들이 꽤 된다.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지난해 코로나로 SAT/ACT시험 성적을 요구하지 않았으나 국제학생들에게 반드시 영어공인 시험성적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것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생이 영어공인 시험성적이 없으면 미국대학에 와서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하버드대학 같이 최상위권 대학 가운데는 이를 요구하지 않는 곳도 있다. 하버드대학에 올 학생이 영어를 못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상위권 명문 주립대학 가운데는 영어공인 시험성적을 요구하지 않는 곳은 결단코 없다.

그만큼 영어공인 시험성적은 미국대학 진학에 필수다. 그런데 이 영어공인 성적 없이 조건부 입학을 시킨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패스웨이로 갈 수 있는 학생이라면 영어공인 시험성적을 확보해서 미국대학에 정식으로 가라고 권한다. 아직 지원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은 2-3학년 때 더 높은 대학으로 편입하면 된다. 그러나 패스웨이로 간 학생들은 2학년으로 더 좋은 명문대학에 편입할 수 없다. 왜냐하면 1학년 2학기에 정식학생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2학년 편입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3학년 때야 편입이 가능하다. 이것도 패스웨이의 큰 약점 가운데 하나다.

​어쩔 수 없이 패스웨이로 가야만 하는 학생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패스웨이를 선택하는 대부분 학생들은 조건부 입학이 아닌 정식 입학이 가능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지금이라고 영어공인 성적을 확보해서 정식 대학생이 되어 유학을 떠나는 것이 좋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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