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 추도사···김희옥 전 동국대총장

정상영 회장

[아시아엔=김희옥 전 동국대총장, 헌법재판관 역임] 삼가
존경하는 정상영(鄭相永) 명예회장님 영전에 올립니다.

위대하고 고결하신 위인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우리 사회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시기 위해 한 평생을 헌신하신 한 분이 떠나셨습니다.

날씨 차고 우리들 마음도 춥기만 한 이 즈음, 세상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셨던 한 분이 이제 사랑하는 가족과 국민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정상영 회장

정상영 회장님.

불과 1개월 반 전,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KCC 사무실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적용한 제품 개발과 제조, 첨단소재의 국산화,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경영(正道經營)을 힘차게 말씀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국가 없는 기업은 없고, 우리 국민은 우수하므로 노력만 하면 그 어느 나라에도 지지 않는다는 말씀이 귀에 쟁쟁합니다.

1958년 스물 둘의 나이에 화학공업을 창업하시어 2020년 말까지 62년 동안이나 매일 해 뜨기 전 새벽에 경영현장에 나오셔서 창의와 근면을 바탕으로 세계초일류 정밀화학기업 KCC와 그 경영·산업현장을 지키시던 회장님이 이제 우리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산업보국(産業報國)과 기술입국(技術立國)의 높은 뜻을 대한민국 사회에 깊게 심어 두시고 이제 그 현장을 벗어 나셨습니다.

정상영 명예회장(왼쪽)과 맏형인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상영 회장님.

이토록 급작스러운 이별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가슴은 먹먹하고, 마음은 어지러워, 들고 있던 숟가락이 떨어지니 창졸지간(倉卒之間)에 정전된 듯, 사방이 캄캄하여 앞이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도 회장님 늘 하시던 말씀,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다시 들리는 듯합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어느 곳 어느 때라도 주인·주체로서 일하면 그 자리가 바로 최고가치의 자리이다)

“맡은 자리의 主人이 되자”는 사훈·진리의 말씀이 영혼을 울립니다.

정상영 회장님.

경영다각화로 이룩하신 정밀화학, 도료, 실리콘, 글라스, 건설 등 모든 경영·산업단위는 회장님의 경영철학과 높은 뜻을 승계한 아드님들과 임직원들이 더욱 크고 고양되게 높은 발전으로 이끌 것입니다.

정상영 회장님.

회장님께서 일생 동안 장학금과 연구비 지원 등으로 육성하신 젊은 인재들은 회장님의 뜻을 새기면서 산업현장과 학계에서 제 몫을 다하여 우리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지어주신 일산캠퍼스 ‘상영 바이오관’에서는
오늘 이 시간에도 많은 학자와 젊은 학도들이 연구용 램프에 불을 밝히고 과학연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은 언제나 “나라가 있어야 기업이 있다. 국적 없는 기업과 경제는 없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국가 간의 경쟁이 요구되는 스포츠 활동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가치제고를 염두에 두시고 지원하셨습니다. KCC-EGIS 농구단은 이번 시즌에 들어서, 현재 탁월한 1위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언제나 소탈·온유하시고 검소하신 회장님.

임직원들과 늘 밥 한끼라도 같이 하시고, 화합과 화쟁의 기운과 정을 우리 모두에게 베푸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제 회장님의 높은 뜻과 행적을 기리고 이어 받아 헌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상영 회장님.

회장님 영면에 슬픈 마음 억누를 수 없어 두 다리로 서 있기조차 힘이 들지만, 그래도 정성으로 잘 보내드려야 하는 것이 남은 우리들의 도리이지 싶습니다.

그간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사바세계의 시름일랑 모두 잊으시고 서방극락정토(西方極樂淨土)에 원적(圓寂)하소서.

원왕생(願往生). 원왕생(願往生).

회장님께서 상품상생(上品上生) 극락왕생(極樂往生)하시기를 합장 기원합니다.

2021년 2월 3일

전 헌법재판관·동국대 총장 김희옥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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