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백신 확보 비상걸린 정부에 드리는 Tip 2제

리셴룽 총리


2009 신종플루 백신 수입과 2020 싱가포르의 경우 

나흘째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어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아래 글은 2009년 신종플루(H1N1 A1)가 급속히 확산할 때 당시 총리실에서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대처방안을 수립하는 등 실무대책을 맡았던 인사가 <아시아엔>에 보내온 글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타산지석이 되길 바라며 게재한다.<편집자>

당시 백신 보유량을 파악하니 전 국민에는 턱없이 부족한 800만명 분 밖에 되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가 백신확보에 혈안이 되어 공급업체인 스위스의 노바티스사는 엄청난 갑이 되어 있었다. 정부는 녹십자가 전남 화순에 백신공장을 짓고 있었으나 1년 이상 지나야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라 매우 당혹스런 처지였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그래서 우선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을 스위스 노바티스 본사로 급파하고 필요예산 확보는 예비비에서 지출토록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1주일 안에 신속히 조치를 완료했다.

하지만 그 사이 국가간 경쟁으로 백신가격이 2배로 뛰어 승인받은 예산으로는 목표로 한 백신의 절반밖에 구입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렇다고 망연자실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긴급 실무대책회의를 소집해 우선 그 절반만이라도 구입하기로 결정하였으나, 담당 공무원들이 전혀 움직여주질 않아 실행이 안 되었다.

이유는 바로 엊그제 박능후 복지부장관이 얘기했듯이 당초 승인받은 단가와 수량과는 달라지기 때문에 나중에 문책, 특히 국회나 감사원 감사에 반드시 문제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민의 생명문제가 달려도 개인의 책임 때문에 아무리 닥달해도 먹히질 않았다. 이는 그간 한국 공직사회의 경험 때문이었다. 상황이 끝나면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걸 현업 공직자들이 너무나 많이 겪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안을 고민하다 감사원 사무총장께 전화해 상황의 긴박성을 설명하고 보건복지부 감사 담당 국장을 대책회의에 참석시켜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처음엔 그런 전례가 없다고 곤혹스러워 하더니 결국 결단을 내려주었다.

감사원 국장이 총리실 신종플루실무대책회의에 참석하여 모든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았고, 나중 이 문제가 국회나 감사에서 문제될 때 감사원에서 그 불가피성을 해명해 주기로 약속하였다.

그러자 담당공무원들이 신속히 움직였고 스위스에 나가있던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에게 타전하여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지에 가 있던 이 본부장이 협상기지를 발휘해 곧 준공될 화순의 백신공장을 지렛대로 삼아 노바티스를 압박하여 당초 예정보다 오히려 4배 가까운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병률 차의과대학 교수

이 상황에 대한 모든 것은 보건복지부나 총리실에 근거가 남아 있을 것이기에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활용하면 좋을 듯 싶다. 당시 보건복지부 실무국장은 전병률 차의학대학 교수이다.

한편 인구 570만명으로 지난 3~4월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으나 20일 5만8386명의 확진자 가운데 29명(치명율 0.05)이 사망해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도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다. 리셴룽(68)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내년 3분기(7∼9월)까지 모든 싱가포르인을 접종할 수 있는 충분한 백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모든 성인이 백신을 맞을 것을 권고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면서 “접종 우선순위는 의료진과 코로나 최전선에 있는 이들과 고령층이며 나를 포함한 내각 관료들도 백신을 맞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나라에선 접종을 희망하는 장기 체류자도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리 총리는 그동안의 백신 확보 과정을 설명하며 △제약사들과의 조기 접촉 △부처 관료들의 노력 △초저온 백신 운송을 위한 물류 시스템 구축 등을 성공 배경으로 언급했다.

리 총리는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핵심 요인은 코로나 19 백신을 얼마나 빨리 우리가 이용할 수 있게 되는가였다”면서 “정부는 백신 접종을 위해 조용히 배후에서 일해 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백신 확보를 위해 10억 싱가포르 달러(약 8200억원)를 배정한 후 제약사들과 초기부터 접촉을 시도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시노백을 포함한 유효한 후보 여러 곳과 사전 구매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금을 지불했다.

백신 확보 노력은 자국 내에서도 이뤄졌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 내에서 진행되는 백신 연구에도 정부가 지원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면서 “싱가포르 과학자들이 최첨단 연구를 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할 경우에 대비한 보험이었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백신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던 건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어서였다”면서 “여러 부처의 관료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라고 공무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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