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나는 늘 기다린다’ 유안진
늦은 밤 늦은 귀가를 기다리며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다가
아이들이 돌아온 다음에도 여전히 기다린다
늦지 않는 밤에도 기다리는 나는
나의 귀가도 기다리는 줄 몰랐다
나는 나를, 너무 자주, 너무 멀리, 너무 오래 떠나가서, 늦은 나의 귀가를, 너무 먼 나의 귀갓길을, 돌아오지 않는 나를, 날마다 기다리고 기다려왔다
나는 어딜 가서 무얼 하느라고 늘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가, 나를 기다리게 하는 나는, 언제부터 무슨 까닭으로 나를 떠나가서 이렇게 기다리고 기다리게 할까
내가 부재하는 어디에도 기다리는 내가 있다, 도대체 나는 어떤 나를 기다리느라, 대문간 골목길 정류장마다 그림자를 걸어두고 귀를 열어둔 채, 안절부절 서성거리는 걸까.
– 시집, ‘다보탑을 줍다’, 창비,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