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다비드상’ 블랙리스트 올렸던 쿠웨이트, ‘도서검열법’ 완화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지와 쿠웨이트 국영언론은 쿠웨이트 의회가 정보부 산하 검열위원회의 수입서적에 대한 사전 검열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8월 25일 보도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사진=위키피디아>

쿠웨이트에서는 사전 검열을 통해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노틀담의 꼽추’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의 ‘백년의 고독’ 등 4,000권의 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상의가 비키니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사진이 들어간 백과사전은 국부를 가리는 무화과 잎이 없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지정되기도 했다.

그동안 쿠웨이트에서 출판되는 모든 책들은 검열위원회를 통해 불안감 조장, 이슬람 모욕, 선정성 등에 대한 검열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도서검열법이 완화된 이후에는 출판 전에 사전승인을 받을 필요 없이 책의 내용에 대한 항의가 들어왔을 때에만 검열을 시행하게 된다.

이에 대해 국제출판인협회(The International Publishers Association, IPA) 대변인은 “이번 결정으로 쿠웨이트 도서 검열위원회의 권한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으며 크리스틴 에이나르손(Kristenn Einarsson) 회장도 “이는 중요한 진전이며, 더 많은 긍정적 변화가 뒤따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쿠웨이트계 미국인 작가 라일라 알람마르(Layla AlAmmar)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검열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15년 동안 수천권의 서적이 금지되었고, 이로 인해 출판산업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라며 “이번 변화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대하고 긍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검열 완화는 볼레냐 알-에사(Bothayna al-Essa)나 압둘라 알-코나니(Abdullah al-Khonaini)와 같은 작가들과 사회운동가들에게 덕분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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