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키르기스스탄, 인터넷 검열 법안 강행 논란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10월 총선을 앞둔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인터넷 검열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

‘정보 조작에 관한 법률’(On the Manipulation of Information)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당국이 부적절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한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를 법원의 판결 없이 차단할 수 있는 법안이다.

이 법안을 두고 키르기스스탄에선 여권과 시민사회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굴샤트 아실배바(Gulshat Asylbaeva) 의원은 지난 5월 의회에서 “법안이 언론의 자유를 규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론바이 제옌베코프 대통령 <사진=신화사/뉴시스>

다스탄 뒤마베코프(Dastan Dzhumabekov) 국회의장 역시 “우리의 목적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진실을 숨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번 초안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모든 사람은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론바이 제엔베코프(Sooronbai Zheenbekov) 대통령 또한 이번 달 초 “법안에 내포된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며 법안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그러나 현지 언론인들과 법률 전문가들은 “가짜 뉴스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며 이 법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한 사회운동가들은 이 법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부에 반하는 언론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 비판했다. 최근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Bishkek)에선 이 법안에 반대하는 집회에 수백 명의 참가자가 몰리기도 했다.

유럽 안보협력기구(OSCE), UN 등의 국제기구들도 우려를 표했다. 분쟁지역에서 언론인과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전쟁과 평화 보도연구소’(Institute for War and Peace Reporting: Home)는 지난 12일 “키르기스스탄엔 명예훼손과 같은 문제에 대해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 있다”며 “인터넷 사용자들은 원한다면 가명을 사용할 수 있는 합법적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딜레트 법률 클리닉(Adilet legal clinic)의 대표인 콜폰 즈하쿠포바(Cholpon Dzhakupova)는 이 법안이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닌 사고와 의사표현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녀는 “초안이 헌법 상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고, 절차적인 위반사항들도 여럿 있다”라고 말했다.

야당 소속인 다스탄 베케셰프(Dastan Bekeshev) 의원은 “이런 수많은 반대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내로 법이 시행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며 법안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키르기스스탄의 상황과 맞물리기도 한 이번 법안의 통과여부를 두고 국내외 언론인 및 법률 전문가, 시민단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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