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권력형 기생충’ 이해 돕는 ‘위선자들-새로운 수탈계급’
[아시아엔=편집국] 밀로반 질라스의 <위선자들-새로운 수탈계급과 전체주의의 민낯>(원제 The New Class-An Analysis of the Communist System)은 중국과 북한, 그리고 2019년 8월 이후의 대한민국을 읽는 눈이다.
작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제목으로 등장한 기생충, 그리고 빨대. 낯설지 않은 용어에다 익숙하게 마주하는 현실이다. 작년 하반기 한국사회를 뒤집어 놓은 ‘조국사태’ 그리고 반년도 안돼 터져나온 ‘윤미향사태’···. 상식과 공정, 윤리가 뒤집힌 현실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고 암담하기만 하다.
그 어둠의 실체와 본질을 어떻게 통찰하며 이해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지식인이자 혁명가로서 스스로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와 진실의 소리를 전달해 준 밀로반 질라스의 선지적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질라스의 <위선자들-새로운 수탈계급과 전체주의의 민낯>(이호선 번역, 교보문고 2020년 7월 10일 초판발행)이 전하는 메시지를 새기다 보면 갑갑하고 암울한 전망이 어느새 냉철한 분석과 미래를 향한 전략, 희망으로 바뀔 것이다.
이 책 저자 밀로반 질라스(Milovan Djilas.1911-1995)는 한때 유고연방의 제2인자였다. 저자는 민중의 전위대를 자처한 혁명세력이 어떻게 기득권으로 변질하면서 집단소유와 이념독재 속에서 권력으로 자신들만의 부를 누리며, 기생계급을 재생산하는지, 그러면서 사회가 왜 퇴행될 수밖에 없는지 지식인 혁명가답게 잘 묘사하고 있다.
그는 나치즘에 대항해 유고슬라비아 레지스탕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한때 티토의 동료였다가, 이후 반체제 인사가 되었다. 그는 국내외 여러 상황과 차원에서 소비에트 체제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 가운데 한명이었다.
역자인 이호선 국민대 법대교수가 따로 정리한 미주(尾註)도 책의 전반적인 이해와, 공산전체주의 이면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원제와 번역서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핵심은 이념을 앞세운 새로운 기득권ㆍ기생충 세력의 등장에 대한 냉철한 분석에 있다. 왕정과 나치에 저항했던 지식인으로서, 행동하는 혁명가로서 한 국가의 2인자 지위에 올라 권력계승이 유력했던 지성인의 생생한 음성이 책에 녹아있다.
저자는 부패와 위선을 보면서, 그리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를 보면서 스스로 2인자 자리에서 내려와 이 책을 썼다. 이 책 저자 밀로반 질라스에겐 그 댓가로 7년 징역형이 내려졌다.
이 책은 미국의 대학에서 토크 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와 함께 필수 교양서로 읽히고, 전 세계 40여국에서 출간되었다. 미국에서만 3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이 책은 공산주의 이념 비판을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과 비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더 묵직하고 설득력이 있다. 권력이 돈을 만들고, 돈으로 패거리를 만들어 세습하는 그들만의 위선과 불공정, 거짓의 본질을 꿰뚫고, 그들의 행동 전략을 이해하려면 이 책을 보는 것만큼 빠른 길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