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70년] DMZ 한반도 평화선언을 제안함
지리산종교연대,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 숲길 등 종교시민단체들이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25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기도회를 갖고 좌우, 남북 대립에 스러져간 영령들을 기억하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드리는 생명평화 기도문을 채택했습니다. 이들은 또 남북의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DMZ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을 추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시아엔>은 기도문과 제안문을 독자들께 소개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편집국] 남과 북에 깃들어 사는 모든 존재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합니다.
남과 북 사이의 긴장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에 즈음하여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였고, 남북 간 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차단하였습니다.
평창에서 판문점에서 남북을 오가며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하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거친 언사로 비난과 증오를 쏟아내는 현실이 안타깝고 유감스럽습니다.
우리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세계를 감동시켰던 2018년 4월 27일을 기억합니다. 그 날 남북의 최고책임자가 6.25전쟁의 종전과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은 두 지도자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북한뿐 아니라 인류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사람의 바람이기도 했습니다.
70년 전, 1950년 오늘을 잊을 수 없습니다.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로 분단되었던 우리 민족은 급기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수백만명이 희생되는 참혹한 살육을 치렀습니다. 6.25전쟁 당시 북한은 인민을 위해 싸운다고 했지만 희생된 이들 대부분은 가엾은 인민들이었습니다. 자유 이념을 위해 싸운 남한에서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자유가 억압되었습니다.
70년 분단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오늘까지도 전쟁의 후유증은 남과 북 모두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대체 어떤 이념과 명분이 폭력과 전쟁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남과 북은 통한의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오직 평화만은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북한이 적개심 대신 평화로 만난 것은 20년에 불과합니다. 2000년 6월 15일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민족의 평화통일을 이루자는데 뜻을 모았고, 멀고도 험한 길을 돌아 2018년 판문점 평화선언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선언의 당사자들이 지금도 엄연히 남북 정상으로 있습니다. 남북 정상들부터 자신들의 약속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서로 탓할 일이 왜 없겠습니까? 책임을 돌릴 일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서로를 탓할 때가 아닙니다. 주변 강대국들을 탓하기에 앞서 남북이 서로 적대시하여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서로의 가슴에 증오의 화살을 쏘아대면, 그 결과는 다툼과 전쟁을 낳을 뿐입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과 북 모두에게 돌아갑니다.
남과 북의 당국이 즉시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민족의 비원이 서린 판문점에서 대화를 시작할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남북의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DMZ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을 추진할 것을 제안합니다.
남북이 평화를 지켜낼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낼 때 세계 평화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입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깨지면 세계 평화도 유지될 수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는 곧 지구촌 모두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첩경입니다. 한반도 주변국가들, 세계의 양심과 지성들께 간절히 청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우리와 함께 말하고 행동해 주십시오.
생명의 안녕과 평화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화입니다. 좌우, 남북이 마주 보고 대화할 때 가능합니다.
정치적 이념과 견해의 비무장지대를 형성하고 우리 안의 정상회담을 열어야 합니다. 좌우 남북 DMZ 생명평화선언, 좌우 남북 한반도 평화선언, 바로 지금 우리가 이뤄낼 때입니다. 대화합시다.
2020년 6월 25일
지리산종교연대,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 숲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