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70년] 지리산 종교인들의 ‘생명평화 기도문’
지리산종교연대,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 숲길 등 종교시민단체들이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25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기도회를 갖고 좌우, 남북 대립에 스러져간 영령들을 기억하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드리는 생명평화 기도문을 채택했습니다. 이들은 또 남북의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DMZ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을 추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시아엔>은 기도문과 제안문을 독자들께 소개합니다. <편집자>
좌우, 남북 대립에 스러져간 영령들을 기억하고
한반도 영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생명평화 기도문
[아시아엔=편집국] 지금 여기에서 평화의 존재로 살아가도록, 나의 모든 관계를 평화의 관계가 되도록 이끄시고, 마침내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할 님이시여!
우리는 오늘 지리산 실상사 선재집에 모여 한국전쟁 당시 좌우대립에 의해 무참히 죽어간 분들을 추모하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하여 기도를 올립니다.
모든 생명의 상생을 원하시는 님이시여!
지리산 골짜기, 마을에서 함께 살아왔던 이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고 서로에 의해 죽어갔습니다. 학살은 증오를 낳았고, 증오는 상처로 우리에게 남아 지금도 한반도의 진정한 화해와 평화의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아직도 휴전 상태에 있고 남쪽은 좌우 이념의 틀 안에 갇혀 충돌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광기는 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역사의 회오리바람이었음을 알게 하시고, 그 회오리바람에 휘말린 서로를 연민의 마음으로 용서하고 해원 상생하게 하소서.
과거의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화해, 협력, 평화의 길을 걷게 하소서.
생명과 평화의 님이시여!
남북미 정상들이 만나고 분단의 상징 휴전선을 넘나들면서 한반도에 따뜻한 평화의 봄바람이 불어오는 듯했지만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이어지지 못하면서 ‘지도자들의 말잔치와 보여주기식 행동’으로 그쳤습니다.
이는 서로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을 더욱 키웠고, 최근에는 북측의 일련의 군사행동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옵나니, 다시 날선 대립과 위협으로 남북의 주민들이 서로를 불신하고 증오하며 평화를 깨트리는 어리석은 일을 범하지 않도록 도우소서.
생명평화의 님이시여!
70년 전 일어난 6.25 한국전쟁의 아픈 상처를 기억하며 이 땅에 더 이상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도록 평화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게 하소서.
부디, 이 땅에 묻힌 영령들이 편히 영면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이들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지금, 여기에서 좌와 우, 남과 북의 생명평화의 길을 닦게 하시고 그 가운데 모두 함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푸소서.
2020년 6월 25일
지리산 종교인들의 신심을 담아 간절히 기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