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가볼만한 곳···오대산 월정사 찍고, 평창 ‘허브나라’로
그토록 무덥던 올 여름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열흘 뒤면 달력은 9월로 넘어가고,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산술적으로 2022년이 3분의 2가 지나간 셈이다. 달이 바뀌어도 맘이 급해지는데 계절이 바뀌는 데야 말할 나위 없겠다. 심란하다고 할까, 센티해진다고 할까···.
이럴 때 필자가 저자르는 게 하나 있다. 떠나는 거다. 때론 무작정, 때론 계획적으로. 길게 잡을 것도 없다. 길어야 1박, 주로 이른 아침 시작해 초저녁이면 충분하다. 차 몰고 떠날 적도 있으나, 요즘은 버스나 기차 편을 훨씬 선호하는 편이다. 차편은 미리 예약해도 좋고, 조금 기다릴 요량으로 터미널이나 역으로 그냥 가면 된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평창 일대에서 환절기를 맞으려 한다.
하여 선택한 곳이 오대산 월정사 찍고, 허브나라와 흥정계곡을 골랐다. 작년 이맘 땐 허브나라와 흥정계곡에서 가을 꿈을 꾸었는데, 올핸 오대산 월정사를 추가했다. 결코 후회할 것 같진 않다. 그럴 진대, 9월 초 봉평 메밀꽃 축제(와 같은 거창한 표현을 쓰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지만)에 다시 찾으려 한다.
이효석이 쓴 <메밀꽃 필 무렵>도 두어 번 더 읽고 가련다. 이 글을 쓰면서 새삼 고 김인문 선생이 그립다. 김 선생이 주연으로 나온 <메밀꽃 필 무렵>을 2005년 여름 밤 EBS TV문학관에서 본 적이 있다. 생각은 꼬리를 물어 1991년께 화곡동 김 선생 댁에 놀러갔던 일도 떠오른다. 그런데, 그때 왜 그 댁을 찾았는지,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기억이 통 나지 않는다.
EBS 방영 1달쯤 뒤인 2005년 9월 중순 LA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김지미 배우께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무엇이시냐”고 여쭸다. 그분은 곧 바로 <메밀꽃 필 무렵>이라 했다. 물론 앞서 김인문 선생 주연의 그것과는 다른 작품이다.
강원도 평창이 나를 소환하는 확실한 이유가 더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