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경’과 코로나19···”고난과 역경도 행복이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1956년 작 <백경>(Moby Dick)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존 휴스턴이 감독하고, 그레고리 펙이 출연한 해양모험 영화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에 본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피 끓는 청춘 입장에서 보면 사나이들의 고난과 역경을 딛고 바다와 백경이라는 거대한 고래와 싸우는 모습에 바다를 향한 그리움이 쌓였던 것이 사실이다.
백경과의 목숨을 건 3일간의 사투, 항해가 얼마 남지 않는 부두의 풍경은 배를 타려는 선원들과 장사패거리, 선술집의 시끌벅적한 함성으로 가득하다. 그 중 젊은 에이헙이 “바다에 도전하는 자는 자신의 영혼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신부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푸른 바다를 항해하는 포경선의 선원으로 나서게 된다.
배에 오른 뒤, 며칠이 지나고 배가 열대지방 가까이 이른 뒤에야 선장이 갑판에 모습을 나타낸다. 한쪽 다리에 고래 뼈를 의족(義足)으로 달고 있는 그는 음침한 얼굴과 강렬한 눈빛, 뭔가에 미친 것 같은 집념으로 뭉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선장은 승무원들을 불러 ‘모비 딕’이라고 불리는 흰 고래에게 한쪽 발을 잃었기 때문에 복수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최초로 백경을 발견한 자에 대한 상금으로 스페인의 금화를 내건다.
모비 딕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포경선에서 쏘아 맞힌 작살을 등에 꽂은 채 돌아다니고 있는 괴물이다. 성질도 사납고 흉악해 포경선으로 거침없이 반항해 오는 것이다. 마침내 백경을 발견한 선원들은 사흘 동안에 걸쳐 추격을 시작한다.
첫째 날, 한척의 보트가 부서지면서 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둘째 날에는 보트가 세척이나 파괴된다. 셋째 날은 백경이 모선을 향해 달려들어, 배는 산산 조각이 되고 만다. 한척만 남은 보트에 타고 있던 에이헙은 백경을 향해 작살을 꽂게 하고 그와 동시에 작살의 줄이 자신의 목에 감겨 고래와 함께 바다 속 깊이 잠기고 만다.
왜 포경선원들이 그 무서운 백경을 향하여 목숨을 걸고 달려 들었을까? 고귀한 향수를 얻기 위해서다. 최고급 향수는 병든 고래의 몸에서 짠 기름을 원료로 만든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황청심환(牛黃淸心丸)도 병든 소에게서 얻어 진다. 병들지 않은 소의 몸에는 우황이 없다.
로키산맥 같이 험준하고 깊은 계곡에서 비바람과 눈보라의 고통을 뚫고 죽지 않고 살아난 나무가 공명(共鳴)에 가장 좋은 원료가 되어 세계적 명품 바이올린이 된다고 한다.
고난과 역경 뒤에 위대한 작품과 명품이 나오듯, 사람도 시련과 고난을 통해 귀한 존재가 된다.
수도인(修道人)과 죄수는 똑같이 골방에 앉아 있지만, 수도인은 그 환경을 감사와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죄수는 두려움과 원망과 분노로 받아들인다. 똑같은 골방이지만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천국 같은 선원이 될 수도 있고 지옥 같은 감옥이 될 수도 있다.
‘악장제거무비초(惡將除去無非草) 호취간래총시화(好取看來總是花)’라는 말이 있다. “나쁘다고 하여 제거하려고 하면 풀이 아닌 것이 없고, 좋게 취하여 보면 모두가 꽃이다”라는 뜻이다. 고난이 즉 영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