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우 행복토크콘서트 ②] 집 한 채 없으면 시대의 부적응자?‥경제적 조건과 행복의 관계

김규덕 더하우 고문이 자신의 <우리는 속고 있었다> 출판기념회(2019년 11월 29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아시아엔=편집국]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당신은 행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혹시 행복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포기한 채 그냥저냥 살아가는 건 아닌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됨에 따라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서기를 꺼려하던 지난 1월의 마지막 날, 서울 숭실대 형남공학관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20대 대학생을 주축으로 70대 어르신까지 200여명이 ‘행복토크콘서트’(주관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 가량 이어진 이날 토크콘서트에선 아주 드문 현상이 나타났다. 모든 청중들이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이다. 경청할 콘텐츠가 많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날 토크쇼에는 △김규덕 (주)더하우 고문, <우리는 이렇게 속고 있었다> 저자 △박선영 더하우 대표, 태광실업 고문 △황헌 방송인, 전 MBC 보도국장 및 파리특파원 △김윤현 전 <포춘 코리아> 편집부장, 이코노미조선 부장 등이 패널로 나섰다. ‘행복토크콘서트’는 지난해 11월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곳곳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김규덕 고문의 새 책 <우리는 이렇게 속고 있었다>가 불러일으킨 반향을 타고 기획됐다. 김 고문은 토크쇼가 진행되던 순간 눈을 감은 태광실업 창업자인 故박연차 회장과 박 회장의 장녀인 박선영 더하우 대표의 멘토이기도 하다. 김 고문과 박 대표는 숭실대에서 열린 제1회 행복토크콘서트 이후에도 올 한해 동안 전국 대학가를 순회하며 토크콘서트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아시아N>은 ‘행복토크콘서트’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故 박연차 태광실업 창업자 “젊은 사람들에게 직장을 만들어주고 싶어 사업을 했다”

황헌: 박선영 대표는 젊은 시절에 이미 태광실업의 대표라는 중책을 맡아 경영자의 역할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토크쇼를 앞두고 20~30대를 대상으로 행복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돈에 대한 내용이 많았나?

김윤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돈 벌고,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박선영 대표는 이미 부를 누려보셨다. 경험자로서 돈은 행복감을 충족시키는데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말해달라.

박선영: 일찍 부를 누려봤지만 다 부모님 덕분이었다. (그는 고 박연차 태광그룹 창업자 큰딸이다) 내가 이룩한 부는 별로 없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노력으로 이룬 과실을 받아먹으면서도 그것이 소중한 줄도 몰랐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 처지, 환경, 입장에 대해서도 몰랐다. 알고 싶어 한 적도 없다. 부모님께서는 자식으로서의 역할을 내게 기대했으나 부응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 또한 힘들고 무겁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었다. 그런 내 마음을 토로할 데도 없었다. 그러면서 점점 더 힘든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방황하던 때에 훌륭한 스승님을 만나 나를 찾았고, 스스로 내 삶의 주인 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구사일생이었다.

김윤현: 박 대표 부모님에 대해 추가로 질문을 드리려고 한다. 부친 박연차 회장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는 점은 알고 있을 거다. 딸로서 부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

박선영: 과거 아버님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고 가슴 아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아버님을 대변하고 나설 수도 없었다. 다만 세간에 비친 모습과는 달리 아버님이 겪은 인간적 고뇌와 어려움은 가족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다. 아버님께서 “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직장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사업을 했지, 돈을 벌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난다. 사업가로서 아버지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적 사건과 관련해서는 “내가 힘들고 어렵게 살던 때에 도와준 분들께 배불리 밥을 대접하겠다는 심정뿐이었는데,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 곤혹스럽고 안타깝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황헌: 솔직한 말씀 감사하다. 부친께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사업을 하셨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제 오늘 토크쇼의 큰 주제인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김 고문께서는 평소 “행복은 없다, 찰나가 행복”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김규덕 고문 “돈 벌고 싶다? 무슨 노력했는지 돌아보라”

김규덕: 우리가 행복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하지만 행복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한 사람은 없다. 돈이 없고, 집이 없고, 직장에서 진급을 못하면 불행하다고 느끼지만 그 반대로 돈과 집이 있고, 높은 자리로 승진한다고 행복한 것일까? 그런 조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면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무척 많아야 할 텐데 그렇지는 않다. ‘돈이 행복의 조건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나는 그에 앞서 돈 벌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실질적·구체적으로 무슨 노력을 했느냐고 묻고 싶다. 하늘만 쳐다보고 한탄만 하고 있었으면서 돈이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하나씩 실천해보라. 어느 순간 행복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박선영: 서두에 정신 차리기 전과 후의 삶이 달라졌다고 말씀드렸는데, 행복에 대한 관점도 당연히 달라졌다. 그 전에는 쇼핑하고 술 마시고 기분 풀 때 행복했다. 그 때는 무지몽매했으니,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정신을 차린 후에는 나를 알아가는 것, 지혜를 하나씩 얻고 변화하는 것, 사람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는 것, 하루하루 안목이 높아지는 것이 행복이 되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정신 차리기 전의 삶이 더 행복하겠다’고 말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황헌: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라고 한다. 집 한 채 없으면 “나는 우리 시대의 부적응자인가?”라는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경제적 조건과 행복은 어떤 관계인가?

박선영: 나는 넉넉한 삶을 살아보았다. 그런데 내가 가진 것이 소중한 줄 모르면 재산이 복이 아니라 짐이었다. 김규던 고문님께서 내게 “너 참 어리석다. 왜 무겁게 지고 살고 있느냐?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는데…”라고 하셨는데, 그 때는 그 말씀의 뜻도 몰랐다. 이해는커녕 “돈도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라며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나로서는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는 대신 부모님이든 누구든 내 인생에 간섭 좀 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행복과 불행에 대한 개념도 없이 살았고, 무엇이 진정한 가치가 있는지도 몰랐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혜를 얻고 난 뒤에는 행복과 가족, 재산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됐다.

황헌: 경제적 어려움을 불행이나 고통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말씀은?

김규덕: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지만 돈을 탐하는 것은 악(惡)인 것처럼 말한다. 돈놀이를 하는 사람은 악한 사람이라 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선한 사람이라고 하니 그 또한 앞뒤가 맞지 않다. 정약용도, 칸트도, 쇼펜하우어도 “삶에서 돈이 중요하다, 돈이 없으면 구차하다”고 말했다. 돈은 살아가는데, 또 행복해지기에 꼭 필요한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황헌: 경제적 여건이 열악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가능할까?

더하우 박선영 대표, 황헌 방송인, 김규덕 더하우 고문, 김윤현 전 포춘코리아 부장

김규덕: 돈을 벌려고 했는데 못 벌면 “나는 욕심이 없다”고 거짓말하고, 명예를 얻으려다 성공하지 못하면 “나는 초연한 삶을 살았다”고 변명하고, 세상의 행복을 버린 사람이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변명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황헌: 적절한 예시와 비유 같다. 경제적 무력감으로 인해 불행하다는 젊은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을 묻겠다.

김윤현: 돈은 필요한 만큼 있으면 된다고 본다. 즉 사람으로서 품위를 유지하는 정도를 말한다. 돈만 좇다가 인생에 무리가 와서 불행에 빠지는 사례를 많이 봤다. 경제기자를 할 때 대기업 창업주들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의 기업가적 삶은 존경하지만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개개인의 부에 대한 관점, 정의, 눈높이가 다 다를 텐데 자신만의 눈높이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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