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형오 “한국당 확 바꾸겠다, 통합은 무조건”···작년 8월 연찬회 특강

김형오 전 국회의장 자유한국당 연찬회 특강 <사진 뉴스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6일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에 선임됐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을 확 바꾸겠다”며 “통합은 무조건이다. 통합작업은 뭉그적거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좋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구닥다리들을 싹 쓸어낼 수 있다”며 “국민이 원하는 혁신의 길로 가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자유한국당의 진로’란 제목으로 자유한국당 연찬회에서 특강을 한 바 있다. 다음은 당시 김 전 국회의장의 특강 전문이다. <편집자>

1부: 지소미아 파기와 조국 파동···진정한 개혁이란?

급작스런 (강의 요청) 연락을 받고 만든 거라서 부족한 점이 많을 겁니다. 양해 바랍니다.

정치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이상을 좇아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도자가 나와야 하고, 그래야 나라도 국민도 행복해집니다. 오늘 내 이야기가 누구의 귀에 솔깃하면, 반대편은 거부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나는 현자도 아니고 다시 정치할 생각도 마음도 없기에 내 평소 신념과 소신을 있는 그대로 말하겠습니다.

내 이야기는 어느 누구의 편에 서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위기에 빠진 이 나라가 잘 되게 하기 위한 충정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물론 자유한국당도 잘 되기를 바랍니다. 다소 듣기 거북하더라도 참아주기 바랍니다. 너무 뼈아픈 소리는 하지 말아 달라는 나경원 대표의 간청도 감안하여 표현은 최대한 부드럽게 하겠습니다.

나의 평소 지론은 야당이 튼튼해야 여당이 바로 서고 청와대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정치가 위기다, 잘못하고 있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야당 책임이 큽니다. 야당이 무력하니 여당이 야당을 우습게 보고,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고 따라 올 거냐 말 거냐로 압박합니다. 청와대에 대해서도 “야당 때문에 일을 못하겠으니 제발 이것만은 들어주자, 양보하자”라고 말할 절박성을 느끼지 않습니다. 한국 정치가 이 모양이 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의 책임도 크다 하겠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자유(自由)’와 ‘대한민국(大韓民國)’입니다. ‘자유한국당’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두 가지 말을 모두 합친 당입니다. 그러나 당명대로 자유한국당은 자유와 대한민국의 가치 그리고 이념을 지키려 얼마나 노력을 했나요? 나는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커다랗게 새겨진 “FREEDOM is not FREE”를 보면 가슴이 저밉니다. 그들은 지금부터 69년 전 평생 들어보지도 생각해보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를 지키려고 오직 조국(미국)의 명령으로 참전했다가 20대의 그 고귀한 청춘을 바쳤습니다. 한국 청년 수백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낭송에 10분 정도 걸리는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소리 높여 외우는 어느 시 애호가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여러분은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나요? 여러분은 조그만 수고에 비해 더 큰 혜택을 입고 있지는 않은가요?

“우리가 민주화를 위해 피땀을 흘렸을 때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하며 국회에 와서 호통 치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의 건방지고 당당한 태도를 생각하면 여나 야나 청와대나 겸손은 어디로 가고, 민주화·산업화의 열매나 따 먹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나는 이 구절을 들고 싶습니다.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 헌법 전문(前文)에 있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그렇습니다. 안전과 자유와 행복입니다. 그 중에서 국가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안보가 무너지면 나라는 그걸로 끝입니다.

나는 한국 땅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

인류 역사를 통틀어 100년을 못 넘긴 나라가 그 이상 간 나라보다 엄청나게 많습니다. 20세기에 등장했다가 21세기에 사라진 나라도 수십 개 국에 이릅니다. 나라는 영속하지 않습니다. 그 생명력은 어떻게 지키고 가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영속할 수 있을까요, 아니 100년을 넘길 수 있을까요? 요즘 나는 불안합니다. 어떤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물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나는 한국 땅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끝까지 이 나라를 지킬 것입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외국으로 눈길, 발길을 돌리려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못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 정권 들어 더욱 현저해진 현상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나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 때문에 국민은 값비싼 세금을 냅니다. 그런데 요즘 세금 내기 싫다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그들은 조국씨처럼 이재(利財)에 밝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왜 침묵하는가요. 지난 판문점 회동(2018. 4. 27) 때 김정은은 “다시는 새벽잠 깨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공언했지만 허언임이 증명됐습니다. “이런 게 나라냐”라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 안보는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했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했으므로 협정을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8. 24) 했지요. 이 말을 몇 번 곱씹어 보지만 문법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됩니다. 어불성설입니다.

그럼 협정 유지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협정 파기가 국익에 부합한다는 말인가요? 정부는 협정 파기가 왜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말하는 것은 어떤 국익인가요? 국익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요? 설마하니 국익(國益), 즉 국가이익이라 쓰고 정익(政益), 정권 이익이라 읽지는 않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국익이 정권을 위해 또 당리당략에 휘둘려서는 결코 좋은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국익 그 자체도 지킬 수 없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 청와대 발표는 참 잘못됐습니다. 억지로 해석하자면, “네가 나에게 해(害, 손해)를 끼쳤으므로 나는 나에게 더 큰 해를 입히겠다?” 뭐 이런 뜻인가요? 도대체 국익이 무엇인가요? 왜 느닷없이 친일파니 토착 왜구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단어들이 난무하고 횡행하는 걸까요? 우방국끼리 싸우면 더 이상 우방이 아닙니다. 그런데 더욱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막중한 안보 실패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입니까. 고스란히 죄 없는 국민이 지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외교는 안보외교였습니다. 우리는 건국 이후 지금까지 ‘자주국방’을 못한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려고 ‘동맹외교’를 선택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주국방하는 나라가 몇이나 되나요? 잘사는 나라들 대부분도 동맹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동맹외교’는 다른 나라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긴박하고 간절합니다. 이번 GSOMIA 탈퇴로 인한 미국의 한국 불신과 실망은 노골적입니다. 동맹의 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6·25 전쟁 이후 70년간 한국 외교가 온힘과 정성을 쏟아 이 나라를 지탱하고 침략을 억제시켜 왔던 동맹외교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국가 위기상황입니다.

한반도 사방에 우리의 우방이 없다

때를 맞춰 주변 정세는 더욱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대통령 방문에 ‘혼밥외교’라는 결례를 범하고 사드(THAAD) 보복을 노골적으로 하는 등 한국을 냉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야말로 안하무인입니다. 한국에 대해 아예 대놓고 모멸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좋아하든 안 하든 우리 국민이 듣기에 매우 거북한 말을 침 뱉듯 뱉어대도 청와대는 꿀 먹은 벙어리입니다. 이런 판국에 우리는 일본과 퇴로도 없이 싸웁니다. 아예 적대국 관계처럼 비방전이 가열합니다.

사방에 우리의 우방이 없습니다,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어리석게도 우리가 자초한 결과나 진배없습니다. 외교안보의 무능은 국가 존립과 직결됩니다. 특히 대일 외교가 잘못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긴 설명을 드리진 않겠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능력·비전문가·무방향·무책임의 4무(無) 외교가 한국 외교라니 말이 됩니까. 이런 식으로 외교를 하니 결국 일본의 우익과 아베 정권의 지지율만 올려주는 게 아닐까요.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국내 정치용이다, 물에 빠진 조국씨를 건져내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다”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펄쩍 뜁니다. 야당과 친일 세력이 지어내고 부추긴 결과라고 덮어씌웁니다. 합리적 의심은 합리적으로 설명해야만 해소될 수 있습니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 전까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외무장관조차 전혀 몰랐습니다. 이 중대 사안을 밀실에서 순간의 판단으로 결정해 발표하면 그만인가요? 정부·정권·대통령은 정해진 임기까지 나라를 잘 관리하는 게 소임입니다. 그들은 나라의 주인이 아니고, 국민은 종이 아닙니다. “결정했으니 따라오라. 그러지 않는 자는 친일 매국노다!” 이런 권위주의적·비민주적·군주적·독재적 사고방식이 설마 청와대 지휘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386의 낡은 논리가 가열한 국제무대에 민낯으로 드러나는 부끄러운 상황을 연출해서는 안 됩니다. 거듭 묻습니다. 지소미아 파기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국익은 무엇인가요?

국가안보는 한 치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하는 까닭은 이 나라의 존립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이 중대 사안을 국회의 동의는커녕 협의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역대 정권들은 “외교 안보는 정파를 초월해야 한다”고 해왔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여야를 초월하는 협력?협조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 정권은 사전 사후 아무런 설명도 동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해놓고는 외교 안보 중대사이니 무조건 지지하고 따라 오라 하는 식이니 누가 그 말을 듣겠습니까.

한일 무역분쟁이 나자 대통령은 느닷없이 남북평화경제로 대응하자고 합니다. 북한의 비아냥처럼 소도 웃을 이야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소재 국산화다 뭐다 떠들어대지만 우리 기업들이 몰라서 그 동안 안 했겠습니까. 고등학교 1학년 사회경제 시간에 배우는 국제분업과 비교우위, 세계무역에 대한 이해조차 없지 않고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발언입니다.

정부는 우선 기업의 발목을 잡고 상전 노릇, 갑 중에 갑 노릇을 하고 있는 규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규제 천국, 아니 지옥입니다. 팔다리 다 묶어놓고 달리기 대회 나가라는 한심한 정책을 시급히 거둬야 합니다.

자유한국당은 왜 ‘친일’ 얘기만 나오면 움츠려드나?

친일 문제에 대해 한마디 하겠습니다. 왜 자유한국당은 ‘친일’ 얘기만 나오면 움츠려드는 건가요? 친일파는 일제 강점기에 많았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한 사람도 일부 있지만 출세와 영욕을 맛보기 위해 친일한 사람들입니다. 올해로 해방된 지 74년째입니다. 이런 사람은 지금 없겠지만 1945년에 20세였던 청년이 열렬히 친일을 했다 칩시다. 그의 나이도 이제 94세입니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친일파는 이 땅에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친일파’는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정부가 수립된 지 올해로 71년입니다. 일제 지배의 두 배도 넘는 기간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친일파 운운한다면 일본이 우리를 우습게 보지 않을까요.

세상이 복잡해지고 나라 사정이 다양다기하다 보니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여러 나라를 연구하는 전문가도 필요하고 그 나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지금 정부·여당 논리대로라면 이들은 전부 친미파·친중파·친일파·친유럽파로 분류돼 정치적으로 비애국자며 매국노로서 제거 대상이 되는 셈입니다. 우리가 대원군 쇄국 시대에 살고 있습니까. 이런 사람이 정권 핵심에 있다면 나라는 망합니다. 그런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금년은 3·1운동,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한 세기, 즉 100년이 지났습니다. 올해는 새로운 100년을 다짐하고, 새로운 100년 대한민국을 향한 비전을 설정하는 해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디 누구도, 대통령도 정부도 국회도 여야도 이런 일은 안 하고 오직 이벤트로 소진하고 친일 타령으로 보내 버렸습니다. 이런 나라에 희망이 있을까요?

‘조국 파동’ 폭풍·태풍·쓰나미 될 가능성 커

최근 조국씨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그는 자식을 위해 대한민국 입시 제도의 근간을 흩트려 버렸습니다. 수만 수십만, 아니 수백만 젊은이와 한때 젊은이였던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다른 이상한 문제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대한민국 지도층은 다 이런가 하는 심한 배신감이 온 나라를 진동시키고 있습니다. 나는 이 분의 개인 성격이나 생각을 여기서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국 파동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파동’이라 했지만 폭풍·태풍·쓰나미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는 “흠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법개혁·검찰개혁의 적임자”라며 그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이미 신뢰성·도덕성·인격에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아니, 그런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한마디로 ‘개혁 부적격자’입니다. 정부 논리대로 하자면 개혁을 흠결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인가요? “내 눈의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에 티끌만 보느냐”(에스겔 25장, 마가복음 7장)는 성경 구절이 생각납니다. 자기 개혁이 안 된 사람이 남을, 제도를 어떻게 개혁한단 말인가요? 그가 아니면 사법개혁을 할 수 없다는 뜻인가요? 그렇게도 사람이 없어서 꼭 그가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인가요? 결국 그를 법무장관으로 들이겠다는 의도는 결코 사법개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개혁이 정권 방어용으로 흐르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누누이 보아왔습니다.

나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진지하게 요청합니다. 이번에 조국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 정권의 얼굴인 ‘개혁’ 그 자체가 물 건너갑니다. 개혁 대상인 사람에게 개혁의 칼자루를 맡긴다는 것은 개혁 의지가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지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조국 임명 강행은 이 정권의 레임덕 시기를 스스로 빨리 당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입니다. 정권의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려면 대통령과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레임덕도 언제나 정권 내부에서 비롯됩니다. 내 식구 감싸기의 온정주의에 젖어 결정을 미룬다면 더 큰 시련이 올 것이고, 정권이 감당 못할 사태가 닥칠 것이 예상됩니다. 비유하자면 발가락을 자르면 되는 일을 차일피일하다가 다리를 절단하는 불상사를 겪게 되는 것입니다. “조국 아니어도 할 사람 있다. 아픈 매를 국민에게 맞았지만 더 잘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십시오.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 할 때는 숙여야 합니다. 대통령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았는데 이번 일로 파국을 맞는 우를 저지르지 말기 바랍니다. 야당이 약체라고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생각은 지워야 합니다. 이번 일을 그르치면 야당은 더욱 강해지고 무엇보다 국민이 등을 돌릴 것입니다.

1985년 2·12총선 민한당 패배 신민당 돌풍

자유한국당에게는 이번 건이 참 좋은, 그야말로 호재(好材)입니다. 한국당은 그 동안 이 정권의 실정(失政)을 제대로 헤집고 국민이 박수칠 만큼 노력하고 싸웠는가요? 그 많은 정권 공격용 호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한국당이 아니던가요? 이번 일만큼은 당의 사활을 걸고 막아야 합니다. 모든 의원이 의원직 사퇴결의서를 써 놓고 싸워야 합니다. 이번 일이 실패하면 당은 존재 가치가 없어집니다. 자유한국당은 공중분해되거나 지리멸렬해질 것입니다. 한국당의 지리멸렬을 노리고 조국씨 임명을 강행하겠다면 청와대는 전술적 승리는 하겠지만 전략적으로 큰 낭패를 볼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세력, 정당이 들어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1985년(12대 총선) 민한당을 대신한 신민당 바람이 불어 결국 권위주의 시대의 막을 내리게 했습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그때보다 더 빨리, 더 세게 바람이 불 것입니다.

조국 파동을 계기로 이 땅에 진정한 개혁의 바람이 불기를 희망합니다. 그 일에 자유한국당이 앞장선다면 이 당은 미래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를 어지럽히는 행위?제도?관습을 퇴출시켜야 합니다. “나는 되지만 너는 안 된다”는 것이 조국 특혜 사건의 핵심입니다. 이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던 공정·평등·정의가 희롱당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병역 기피·탈세·권력 유착·투기·입시 부정·취업 사기·논문 복제·위장 전입 등등 국민을 아프게 하는 일들을 자유한국당이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선언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검증받고 실천할 때 자유한국당의 진면목이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말 나온 김에 검찰개혁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이름도 뜻도 애매하고 복잡한 ‘공수처’ 신설인가요? 아닙니다. 이것은 대통령 눈치 보는 검찰을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첫째, 검찰총장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느냐, 즉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검찰개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대통령과 청와대의 심기를 살펴야 하는 검찰이어서는 안 됩니다. 둘째는 국민이 두려워하는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섬기고 보호하는 검찰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죄형법정주의를 확립하고 마구잡이 인신구속 남발을 방지해야 합니다. 이런 법을 자유한국당이 먼저 입안하고 가결해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검찰개혁 핵심은 검찰총장이 대통령 영향 벗어나는 것

이 정부에 대해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하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다. 청와대, 즉 대통령 비서실 문제입니다. 이 정권 들어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과거 어떤 정부·정권보다 더 강력한 청와대입니다. 한마디로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입니다. 본인들은 펄쩍 뛰겠지만···. 청와대 비서실은 헌법에도 없습니다. 수석과 비서관은 법률도 아닌 시행령, 즉 직제령에 있을 뿐입니다. 물론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국회 동의나 심의도 받지 않습니다. 이런 청와대 참모들이 국정을 주도합니다. 정치 문제는 당을 압도하고, 행정부는 청와대 눈치 보기 바쁩니다. 장관이 인사권이 없는데 어찌 부처를 장악?지휘하고 효율적인 활동을 하겠습니까. 공무원들은 장관 말에 대해 면종복배한 지가 어제오늘이 아닙니다. 청와대는 그 성격상 능력보다 충성심 위주입니다. 이러니까 청와대가 국정을 주도하면 경직성을 띠고, 내 편 네 편 나누고, 정국은 경색됩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가 절반을 넘어가면 힘센 청와대 권력이 기울어집니다. 권력 내부에서부터 동요가 일어납니다. 더 늦기 전에 각 부처에 재량권을 넘기고 당에 정치를 일임해야 합니다. 그것이 레임덕 충격을 덜 받고 정치가 복원되는 길입니다.

2부. 자유한국당 어디로 가고 있나? 무엇을 지향하나?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 그리고 국민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이념이자 가치 지향점이라고 봅니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행복은 자유에 있고 자유는 용기에 있다”(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고 했습니다. 내가 모두에 헌법 전문 중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를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한국당 자유를 지킬 용기 있는가?

요컨대 한국당은 자유를 지킬 용기가 있는가고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말입니다. 여러분, 답변해 보세요.

한국당 안에는 여러 파벌이 있다고 합니다. 친박?비박?복당파?잔류파 등등. 그러나 역대 정당 치고 파벌?계보?계파가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고, 그 차이로 말하자면 지금 한국당 내의 파벌?계파는 과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지금 지난 일로 다투고 있다고 합니다. 참 한심하고 할 일도 없는 정당 같습니다. 이 정권이 뭔가 잘못되면 전 정권 탓을 하는 것도 신물이 날 정도인데, 야당이 되고서도 네 탓 내 탓하며 싸운다니 말이 됩니까.

한마디 하겠습니다. 탈당파들이 탄핵 동참이라는 어리석은 결정을 함으로써 그 결과 당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잔류파들은 탄핵을 막지도, 다른 대안을 찾지도 못하고 어정쩡 눈치만 보다가 이렇게 되었다고 비난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모두가 잘못했다는 말입니다. 원죄(原罪)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그때 내가 제안하여 원로들이 모두 합의했던 “대통령 하야”만 하였더라도 이런 처참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모시던 대통령은 감옥에 있고, 주변 사람들은 적폐 청산의 대상이 되었고, 당명을 바꿨지만 한국당은 지지세가 약한 야당으로 전락했습니다.

자결커녕 의원직 던진 사람도 없는 정당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체결되었을 때 민영환공을 비롯해 이상설 의사 등 무수한 애국자들이 자결을 감행했습니다. 김구 선생 같은 이는 청년 결사대를 조직하여 매일 대한문(당시 大安門) 광장에서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고 몸으로 싸우다가 많은 이가 구속되고 다쳤습니다. 을사늑약과 비교될 수 없는 사안인 줄 잘 압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사상 초유의 일을 당하고도 누구 한 사람 자결은커녕 의원직을 벗어 던졌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는 겁니다. 누구 한 사람 자기 잘못이라 하지 않고 네 탓만 합니다. 이런 당을 누가 지지할까요?

그나마 여당의 실정(失政)이 아니라면 한국당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당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안보는 6?25 이후 최고로 취약하고, 경제는 IMF 이후 최대 위기이며, 외교는 1965년 이후 최악의 상황 아닙니까? 오죽하면 김대중 정권 시절 장관까지 지낸 이가 이 정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습니다. 너무 신랄해 인터뷰 기자가 이래도 되는 거냐고 오히려 물을 정도였습니다.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정권이 잘못하는 게 많은데 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오르지 않을까요? 그분의 답변을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민주당을 떠난 민심이 자유한국당으로는 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현상은 한국당이 국민이 바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때맞추어 막말을 해서 ‘정부 여당의 X맨’, ‘치어리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월간중앙 6월호 전재, 김성재 전 장관 인터뷰)

다선?중진 의원 총선 때 장엄하게 몸 던져 죽으라

여러분, 듣기 불편한가요? 불편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다선?중진 의원 여러분, 여러분은 정부와 여당, 특히 청와대의 독주?독선을 막으려 몸을 던졌는가요? 총선이 8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 총선에 또 출마할 계획인가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몸을 던지세요. 자유민주주의는 말로써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여러분같이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 먼저 몸을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출마 포기를 선언하십시오. 지금은 “죽기에 딱 좋은 계절”입니다. 그런데도 혹시 총선에 나오려면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곳을 스스로 찾아 가십시오. 그믐에 죽으나 초하루에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총선 때 장엄하게 몸을 던져 죽으십시오. 당이 살고 자유민주주의가 살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합니다. 개중에는 운이 좋아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건 살려고 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입니다.

초?재선 의원, 개혁운동 하나 일으키지 못하나?

초?재선 의원 여러분, 여러분의 심정은 이해합니다. 어쩌다 정치인이 되었겠지요. 아직 각오와 결심이 확고하지 않은 이도 있겠지요. 난장판 정치가 몸에 맞지 않는 고고한(?) 분도 계시겠지요. 그러나 역대 어느 정권이든 위기 때마다 당의 혁신을 들고 나온 이는 초?재선 의원이었습니다. 이런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도 어찌 개혁운동 하나 일으키지 못합니까. 더 이상 무슨 눈치를 봐야 합니까? 이러고도 다음 총선에 출마하렵니까? 이런 자세로 선거에 임하면 유권자들은 여러분을 다시 뽑지 않을 것입니다. 패기나 투지가 없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어찌 희망을 걸겠습니까. 고요한 바다는 유능한 선장을 만들지 않습니다. 거친 파도 휘몰아치는 저 대양으로 뛰쳐나가십시오!

지금부터 저는 이 당과 여러분을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제안 및 대안을 제시코자 합니다.

먼저 중앙당에 대해 할 말이 있습니다. 가끔은 이 당이 선거의 가장 기초 공식인 ○△×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중간지대, △(세모)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당선의 기본입니다. 중간지대 확장을 위해 여러분은 무엇을 했나요? 며칠 전(8. 24) 서울 광화문 집회는 성공적이었다고 합니다. 우리 편을 크게 만족시켰습니다. 그러나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요? 광화문 집회의 손익 계산서를 냉정히 객관적으로 만들어 다음 집회는 보다 더 성공적으로 해야 합니다.

팁 하나를 드리자면 성경에 있는 ‘긍휼’의 마음입니다. 불교의 자비(慈悲)와도 같은 맥락입니다. 긍휼이란 말이 어려운데, 영어로는 Compassion입니다. Com은 ‘같이, 함께’라는 접두어이고, Passion은 ‘아픔’이지요. 즉 남의 아픔을 함께하는 것이 긍휼의 마음이요, 부처의 자비심입니다. 그들의 아픔에 들어가십시오. 서민?빈민?노약자?임산부?장애인?가정부, 노조도 만들지 못하는 노동자, 오늘 내일 폐업할 자영업자들, 특히 조국씨 문제로 불거진 청년들의 꿈을 앗아간 제도와 피해 보는 청년들, 특혜?특권에 시달리는 사람들, 이들에게 찾아 가십시오. 그냥 찾는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변 때 박 대통령이 보인 어설픈 행동을 기억하실 겁니다. 참모들의 안이한 생각이 일을 그르친 것이지요. 여러분은 몇날며칠을 이들과 함께 보내야 제대로 된 대책, 설득력 있는 보고서가 나오게 되고, 그들은 여러분의 진정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려면 팀을 짜야 합니다. 얼마나 할 일이 많습니까. 국방?외교?안보 분야뿐만이 아닙니다. 경제가 무너져 내립니다. 치안은 느슨합니다. 언론 환경은 지극히 나쁘고, 원자력은 문을 닫고, 온 산은 태양력?풍력으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고통이 극심하며, 모든 분야가 활력과 창의를 잃었습니다. 분야별 대책팀을 시급히 만들어 이번 정기국회 기간 중 국회 회의가 없는 날은 매일같이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당에 돈 달라고 하지 마세요. 여러분 자비로 충당하고 보좌관도 함께해야 제대로 실정을 파악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든 내 지역구만 챙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밤낮으로 지역구를 돌아다니고 조직을 강화합니다. 배우자?친척?지인 총동원입니다. 나는 단언합니다. 이런 사람은 다음번에 공천에서 배제해야 합니다. 공천을 받아도 지역구에서 반드시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에 사전에 제거해야 합니다. 저의 정치 경험입니다. 쓰나미가 몰아치는데 나만 살겠다는 사람은 반드시 먼저 당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번 연수 끝나고 정기국회 시작되는 날부터는 지역구 활동을 금지해야 합니다. 주중에는 분야별 대책팀에서 몰입해야 합니다. 주중에도 지역구에 내려간다면 페널티를 매겨야 합니다. 이런 각오와 결의는 새 출발의 1단계일 뿐입니다.

거듭 말합니다. 자유한국당이 이름을 바꾼 이래 정국을 한 번이라도 주도한 적이 있는가요? 있다면 말씀해 보십시오. 정부 여당의 잘못된 정책을 제대로 반대해본 적이 있는가요? 제대로 싸워본 적이 있는가요? 한국당 주요 입법을 통과시킨 적이 있는가요? 몸을 던져야 합니다.

자랑이라 하지 말고 들어 주세요. 나는 17대 총선 당시 사무총장 직을 맡아 천막 당사에서 날밤을 보냈습니다. 선거 기간 중 반은 서울에서 보냄으로써 사실상 내 선거는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14개 선거구를 돈 적도 있습니다. 당시 천막 당사에는 박 대표와 저만이 배지를 단 현역 의원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 사무처 당직자들 참 열심이었습니다. 덕분에 50~60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 120석을 당선시키는 선전을 했습니다. 저도 기적적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원내대표 시절엔 여대야소의 열세를 딛고 기어코 사학법을 재개정하여 우리당이 정권을 10년 만에 탈환하는 기초를 쌓았습니다. 당시 원내대표는 임기 1년을 채우기 힘들었는데 나는 임기가 끝났는데도 몇 달을 더하라는 의총 결의로 원내대표 역사상 가장 긴 임기를 채웠습니다. 몸을 던져야 합니다. 무엇을 하겠다고 하지 말고 어떻게 죽을까를 고심하고 고민하십시오. 정치인이 자기를 던지는 모습, 국민은 이것을 보기를 원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10년 이상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원자력에 대해 좀 압니다. 탈원전, 이게 말이나 되는 정책입니까. 할 말이 없으니 탈원전은 장기 정책이라고 합니다. 이미 원전기술 세계 최우위국의 지위는 무너졌습니다. 중장기 에너지 대책도 불투명합니다. 청와대와 정부 탓만 하지 말고 탈원전 방지를 법으로 못 박아야 합니다. 입법 투쟁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국회 안팎에서 싸워야 합니다. 입법으로 정부를 견제해야 할 일이 수두룩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국회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국회는 야당인 여러분의 무대입니다.

대통령제 하 연동형비례대표제 ‘민주주의 퇴보’

몇 달 전까지 정국을 달구었던 의제는 연동형비례대표제였습니다. 이거 설명하려면 복잡하니 생략하고, 한마디로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괜찮은 제도입니다. 비록 독일 같은 일부 국가에서만 하고 있지만, 연동형을 하려면 반드시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의원내각제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연동형을 실시하는 나라도 없거니와 연동형을 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퇴보합니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대통령 권한이 막강한 헌법을 그냥 둔 채 실시하겠다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연동형비례제로 당선된 국회의원과 그 소속 정당을 친여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제1당 밑에 2중대?3중대 정당이 줄을 서게 됩니다.

그러므로 연동형제를 하려면 개헌은 필수입니다. 그것도 의원내각제로 해야 합니다. 최소한 분권형 대통령제라도 해야 성립된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임해야 합니다. 그 동안 개헌에 소극적이었던 한국당이 뒤통수를 맞은 꼴입니다.

개헌 얘기를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그럼 대통령제 개헌은 어떨까요. 우리 국민은 여전히 대통령제를 선호합니다. 분권형이나 의원내각제를 열심히 홍보하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현행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입니다. 3권 분립이 안 된 제도라는 점을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신헌법의 잔재가 도처에 남아 있습니다. 친일 잔재 청산 못지않게 유신의 잔재를 청산해야 합니다. 국민은 4년 중임제(또는 연임제)를 선호하는 모양인데 그러려면 대통령 권한을 확 줄여야 합니다. 적어도 미국 대통령 정도로라도 권한을 줄여야 합니다. 지금 개헌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는데 만약 대통령 권한을 줄이지 않고 4년 중임제로 한다면 나는 절대 반대할 것입니다. 그것은 4년 중임제가 아니라 8년 독재 대통령제며, 이렇게 되면 종신 집권당, 종신 독재 정당이 등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하고, 오늘 같은 이런 연찬회는 꿈도 못 꿀 것입니다.

시간 관계상 한두 가지만 더 얘기하고 마칠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국회, 정당 그리고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는 최하위입니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행위가 미약하기에 잘못된 행태가 반복되고 시정이 안 됩니다. 국회 윤리위가 제대로 작동토록 해야 국회의원이 언행을 조심하고 신뢰를 회복할 것입니다.

국회 윤리위는 국회의원이 아닌 각 헌법기관(법원?헌재?선관위)에서 추천한 인사로 구성하고, 청와대나 정당 추천권을 절대 주지 않은 채,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즉각 가동토록 하며, 윤리위 결정 사항은 국회에서 수정 없이 가부로만 결정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국회가 바로 서고 국회의원의 신뢰가 회복됩니다. 조국 사건을 보면서 ‘제 편 감싸기’가 없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임을 절감했을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이런 제안을 먼저 할 때 야당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살아날 것입니다.

공천권에 원내 의정활동 반드시 반영돼야

국회의원 선거구조정위원회 구성 역시 동일한 논리이며, 정당에 대한 국고 보조금의 문제점 등은 시간 관계상 생략합니다. 공천권에는 원내 의정 활동 성적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한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알려지도록 하고 공천을 받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지금까지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이번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원내대표실은 우선 당장 의정 활동 평가 지침을 만들어 의원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평소 생각과 이번 조국 파동을 보며 다음 두 가지를 입법화해야 한다는 신념을 굳혔습니다. 먼저 부도덕?이중인격자 처단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공직자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에게 칼자루를 쥐어줄 때 얼마나 위험한가는 두 말이 필요 없습니다. 법안을 만들고 법률로 확정 짓기 전에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부터 먼저 실시하면 어떨까요? 그것이 앞으로 깨끗한 정당, 맑은 정치인으로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입시제도 전면 개편을 위한 범국민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다시는 조국씨 딸 같은 비리와 부도덕이 발 디딜 수 없도록 대학입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국민공론위 같은 비전문가가 아닌,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각당 추천 전문가로 구성하되 조급히 서두르지 말고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총리가 바뀌어도 이 정책은 그대로 시행토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해마다 제도가 바뀌어 수험생과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5년마다 한 번씩 보완?보충하게 함으로써 안정된 가운데 학생의 창의력을 높이고 AI 시대에 대비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역시 한국당이 제안하고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시간 관계상 줄이겠습니다. 의원 여러분, 여러분은 야당입니다. 야당답게 싸워야 합니다. 싸우지 않으려면 의원직을 반납해야 합니다. 내년 총선에 실패하면 자유한국당은 미래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끝으로 다시 한 번, 야당이 똑바로 해야 여당이 바로 서고 청와대가 바로 간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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