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상 후기] 곽선정 KBS광주···장기요양기관 ‘폐업의 비밀’

일부 장기요양기관의 부실운영과 기준미달이 환자와 가족들을 울리고 있어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기관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한국기자협회 제정 이달의기자상(2019.12) 수상 소감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60대 여성 노동자. 그녀는 요양보호사다. 어엿한 노동자지만, 취재를 위해 만난 그녀는 평범한 이웃 주민, 또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생계를 위해 늦은 나이에 요양보호사가 돼 노동권이니 뭐니 하는 것은 다른 세계 일이었다.

장기요양기관에 취업해 그저 묵묵히 일하고 주어진 임금을 받으면 된다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어느 날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장기근속수당 및 연차수당)이 사라졌다. 기관장에게 왜인지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근무처가 ‘새로운 기관’으로 바뀌었다는 알 수 없는 답변이었다. 분명 매일 같은 직원들과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취재의 시작은 노동권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한 요양보호사의 하소연 섞인 의문이었다. 필자에게는 그 의문을 풀어줘야 할 책임이 생겼다. 일단 이런 문제가 이곳만의 문제인지 업계 전반적인 문제인지 확인해야 했다. 요양보호사들과 집단,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며 여러 기관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나머지는 왜 그래야만 했는지, 얼마나 이런 문제가 있었는지 입증하기 위해 퍼즐을 맞춰나가야 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 공시 자료, 지자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연도별로 폐업과 신설이 반복되는 사례들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또 요양기관 컨설팅 업체와 관계자들을 어렵게 만나 속 얘기를 들었다.

한 기관에서 2~3년꼴로 신설과 폐업을 반복한 사실들이 자료 분석을 통해 드러나고, 일부 기관은 평가가 공고된 해에 폐업하고 다시 신설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모든 퍼즐 조각들이 맞춰진 것 같은 짜릿함을 느꼈다. 동시에 제도적 허점을 피해가며 수년 동안 직원들과 수급자에게 물질적인,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혔을 것을 생각하니 한숨도 나왔다.

보도 이후 관계기관은 다음 달부터 개정 시행되는 관련법 규칙안에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할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번 보도로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관행처럼 이어졌고 용납돼왔던 편법 행위에 대해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곽선정 광주 KBS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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