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구···”과다한 전기난방, ‘생존’ 위협할 수도”

‘에’너지 ‘정’의 위해 일하는 ‘여’자(애정녀)…“지금이 최고 에너지 위기”

“2003년 8월22일 전기를 가장 많이 쓴 날을 계기로 2004년 이날을 ‘에너지의 날’로 정했다. 안타깝게도 이 신기록은 해마다 깨지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 정희정 사무처장은 ‘지구의 날’인 4월22일 아시아엔(The AsiaN)과 만나 “지구촌의 환경과 인권, 전쟁 등 대부분의 심각한 문제가 에너지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처장은 “핵발전소나 각종 교육시설의 전기난방은 미래세대인 학생들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이니만큼 학생들이 어른들에게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에너지에 대한 오해가 많다.

“내 돈 내고 내가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해다. 2011년 9·15정전사태의 교훈은 에너지를 아끼지 않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쓸 전기(에너지)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모든 전기 공급시스템이 망가진다. 최근 경상남도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분신자살한 할아버지도 있다. 에너지 소비자들이 결국 간접적으로 이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 에너지를 절약했다면 추가 송전탑도 필요 없을 것이고, 그 할아버지도 평화롭게 농사지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핵에 관한 오해가 많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엄청난 원전폭발 사고를 보고도 핵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광고를 하다니.”

-에너지시민운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특별히 어려운 일이 있다면.

“요즘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등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원전을 폐쇄하는 마당에 한국은 더 짓고 수출까지 하겠다고 하니 암담하다. 송전탑도 원전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갈등이다. 다수 국민들에게 진실이 알려진다면 비관적이지 않을 텐데.”

-후지무라 야스유키(藤村靖之·67) 일본 니혼(日本)대학교 교수가 추진 중인 ‘비전력 프로젝트’가 흥미롭다. 예시된 전기 없이도 가동되는 ▲냉장고 ▲청소기 ▲세탁기 ▲조리기 ▲살균장치 등이 과학적으로 가능한가.

“얼음을 얼릴 수는 없지만, 냉장보관은 확실히 가능하다. 과학적 원리를 정확히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에너지복사 개념 등 과학적인 근거가 확실한 것이다. 그러나 후지무라 교수는 일부 개도국을 제외하고 기업들의 대량생산 방식의 요구에는 거절하고 있다. 소수 자본의 이윤추구형 기업생산 방식이 아닌 설계도를 오픈하고 공방에 와서 함께 ‘스스로 제작(DIY)’하는 방식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후지무라 교수가 다음 주에 한국에 또 온다.”

-미래세대가 떠안을 에너지 걱정이 심각하다.

“학생들이 학원과 학교에서 어른들이 바뀔 수 있도록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어른들이 잘못 만들어놓은 시설 때문에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천장에 붙어있는 냉난방에어컨이 가장 큰 문제다. 냉방은 별 문제는 없겠지만, 난방은 문제다. 얼굴은 뜨겁지만 발은 시리고 피부가 심하게 건조해지는 등 건강에 위협적이다. 학교용 전기가 가정용 전기보다 싸니까 기존의 난방 방식을 전기로 바꾸고 있는 추세다. 정부가 에너지효율이 높다는 이유로 설치하는 시설에 보조금도 줬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 시스템 에어컨이다. 최근 겨울에 전기를 더 많이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수요가 점점 늘어나니 에너지공급이 두절되는 정전사태 위험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핵발전소에 대한 견해는.

“핵발전소 수명이 30년이다. 핵재처리와 발전소 폐쇄 이후 방식도 명확치 않다. 미래 세대에 무책임하다. 실은 자기들도 원자력 시설 처리 방식을 모른다. 미래세대에 쓰레기만 물려주는 것이다. 게다가 깨끗하고 저렴하고 녹색에너지라는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

-LG패션이 저소득층에게 발열내복을 지원한 사례를 소개했다. 열을 내는 내복이 진짜 있는지 궁금하다. 에너지 복지사업과 절전운동이 결합된 형태의 기업 사회공헌 사례는 또 어떤 것이 있는지.

“발열내복이 실제 열이 나더라. 현대제철이 빈곤층 집수리 사업을 통해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또 냉장고가 프레온 가스, 구형 냉장고를 신형으로 바꿔주면서 온실가스를 줄인 만큼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는 청정개발체제(CDM)를 도입한 기업(독일 기업 보쉬지멘스)도 있다.”

-‘에너지복지법’의 입법취지와 내용, 기대효과는 뭔가.

“에너지 복지라는 것은 빈부에 상관없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에너지를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쓸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기 위해 입법이 추진돼 왔다. 지식경제부와 통합진보당 조승수 의원이 환경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와 지식경제부 등이?자기 부처의 이해관계에 얽매이면서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별히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2009년 12월부터 일했다. 중앙일간지에서 기자생활 9년 했다. 그 중 5년을 환경문제를 취재했다. 에너지시민연대도 그 때 알게 됐다. 이 단체가 감사패도 줬다. 에너지 문제가 환경 일반의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에너지없이 못 살고, 환경 문제도 결국 에너지 문제에서 비롯되고, 지구촌의 분쟁도 모두 에너지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에너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민들이 에너지시민연대에 참가할 프로그램이 있는지?

“에너지 과다사용은 자원낭비와 더불어 건강에도 좋지 않다. 한국은 특히 사계절 변화에 따라 전기사용량이 들쭉날쭉한데 에너지 제조시설(발전소)은 최대 사용하는 계절에 맞춰 지어진다. 봄과 가을에는 발전소가 한가하지만, 냉난방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과 겨울에는 발전량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발전소도 더 지어야 한다. 에너지 낭비 감시를 감시하는 암행어사가 돼 달라. 온도계와 수첩을 갖고 다니며 감시하는 프로그램이다. 낭비하는 시설 온도를 재서 우리에게 알리고 에너지 절약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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