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호 작가 그리팅맨 내년 프랑스 노르망디 쿠탕스에 설치

상파울루에 설치된 그리팅맨

베를린 장벽 지대에도 설치 추진

[아시아엔=정길화 mbc 프로듀서] 유영호 작가의 공공설치 미술작품인 그리팅맨(Greeting man, 인사하는 사람)이 내년 상반기 프랑스에 설치된다.

재프랑스 한인 사업가 정락석 관장에 따르면 2020년 3월경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 위치한 쿠탕스(Coutances)에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이 세워진다.

그리팅맨은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우루과이, 파나마, 에콰도르, 브라질 등 중남미를 중심으로 설치됐으며 처음으로 유럽에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나라로는 7번째다.

프랑스 쿠탕스에는 정락석 관장의 갤러리 ‘퐁데자르'(Pont des Arts, ‘예술의 다리’)가 있다. 정 관장은 한국 예술가들의 유럽 진출을 돕기 위하여 쿠탕스에 갤러리와 함께 레지던스형 아틀리에를 운영하고 있다.

정락석 관장은 최근 이브 라미(Yves Lamy) 쿠탕스 시장이 시민들 앞에서 “내년 3월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을 노르망디 상륙작전 현장에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소식을 SNS를 통해 전했다.

그동안 그리팅맨은 설치 장소에 따라 사뭇 다른 뜻을 부여해 왔다.

가령 브라질 상파울루 한국문화원 앞의 그리팅맨은 글자 그대로 ‘호모 코레아니쿠스’ 즉 한국인으로서의 상징성을 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적도선 에콰도르의 카얌베(Cayambe)에는 두 그리팅맨이 적도선을 앞에 놓고 서로 인사하고 있다. 이 경우 그리팅맨은 남반구와 북반구를 대표하며 지구촌의 공존을 지향한다.

반면 태평양과 대서양, 북미와 남미가 만나는 접점인 파나마시티에 설치된 그리팅맨은 소통과 연결을 의미하는 ‘커넥팅맨(Connecting man)’을 뜻한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남태평양 키리바시의(Kiribati)의 그리팅맨은 기후 온난화 국면에서 점점 차오르는 해수면을 바라보며 물에 잠기게 될, 지구촌의 기후 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경고하는 인간(Warning man)’을 상징한다.

쿠탕스에 설치되는 그리팅맨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쿠탕스는 노르망디전투에서 치열한 격전지였다. 2차대전 당시 노르망디에 상륙한 미 제4기갑사단이 패튼 장군을 필두로 쿠탕스를 탈환했다. 작품의 위치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폭격 현장이라고 한다.

여기에 왜 그리팅맨이 들어서는 것일까. 쿠탕스에서는 그리팅맨이 지닌 ‘겸손과 화해, 평화와 소통으로 이 땅과 저 땅을 연결하는 의미’를 주목했다고 한다. 반면 한국인들은 다큐멘터리, 소설, 영화에서 그려진 ‘노르망디의 코리안’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2005년 SBS 다큐멘터리 <노르망디의 코리안>(연출 신언훈)에 소개된 한장의 사진에서 출발한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된 흑백사진이다. 사진에는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승리한 연합군에 포로로 끌려온 왜소한 체구의 한 동양인이 있다. 사진 속 그는 독일 군복을 입고 위축된 모습이다. 그는 한반도에서 일본군에 징집돼 소련군으로 끌려갔다가, 다시 독일군 군복을 입고 노르망디 전투에 투입된 조선의 청년이었다.

이처럼 <노르망디의 코리안>에는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 미군의 포로로 유전(流轉)하는 한국인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따라 파란만장한 삶의 역정을 겪은 이 인물은 조정래 작가가 2007년 발표한 <사람의 탈>(원제 ‘오 하느님’)에서 소설 속의 인물로 그려졌다. 또 2011년 SBS 라디오PD 겸 소설가인 이재익 작가가 쓴 <아버지의 길>에서 형상화되었고, 이후 같은 해에 강제규 감독의 영화 <마이웨이>에서 장동건의 연기로 스크린에 나타났다.

노르망디 쿠탕스의 그리팅맨은 비운의 한 코리안을 표상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전쟁의 비극과 알 수 없는 운명에 처한 인간의 실존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그 여부는 관람객의 몫이다.

한편 최근 이같은 소식을 들은 프랑스의 한 다큐 전문 제작사에서 그리팅맨 프로젝트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한 예술가가 집념으로 세계 곳곳에 평화와 소통을 뜻하는 작품을 설치하는 그리팅맨 프로젝트에 경의를 표하고, 나아가 이 작품을 팔로우하는 MBC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그리팅맨의 꿈, 연천에서 장풍까지>, 11월초 방영 예정)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해당 제작사는 현재 그리팅맨 프로그램의 현지 방영 및 후속편 제작시 콜라보를 협의 중이다.

또한 유영호 작가는 그리팅맨의 프랑스 진출에 이어 독일 베를린에도 작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유 작가는 MBC 다큐멘터리 <그리팅맨의 꿈> 촬영차 지난 7월 독일을 방문해 베를린, 포츠담, 뫼들로라이트 등 과거 동서독 접경지대를 답사한 바 있다. 당시 유 작가는 베를린 이스트사이드갤러리협회 회장 카니 알라비(Kani Alavi)를 만난 자리에서 그리팅맨 설치에 관해 협의했다. 알라비 회장은 그리팅맨 설치에 환영의 뜻을 표하고, 적절한 설치 장소와 시기 등에 대해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2012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출발한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맨 프로젝트는 그동안 파나마, 에콰도르, 미국을 거쳐 2019년 브라질 상파울루로 이어졌다. 유 작가는 이후 베트남 후에, 멕시코 메리다, 터키 이스탄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키리바시 타라와 등에 그리팅맨을 설치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지인들이 유 작가의 뜻있는 활동을 지원하고자 ‘그리팅맨과 친구들’이라는 서포팅 팬클럽을 구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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