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가을 산’ 김윤자 “봄날의 씨줄과 여름날의 날줄”

가을 산은 가볍다. 잎을 떨궈낸 나무가 부럽다 <사진=산림청 제공>

베틀에 앉으신 어머니십니다.
사그락 사그락
어머니의 베 짜시던 소리가
발 아래에서 들립니다.

봄날의 씨줄과
여름날의 날줄
피 서린 손끝으로 엮으시어
이렇게 아름다운 풍요를
세상에 깔아주시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배부르게 먹고 산 것 죄스럽습니다.
겨울을 준비하시느라

피땀으로 붉어지신
어머니의 등을 구경 삼아
오르내린 것도 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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