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20’ 연인절과 ‘1111’ 광꾼제

2019년 11월 11일 中광군제

[아시아엔=심형철 문학박사, 아시아엔 편집위원] 중국에는 공휴일은 아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기념일이 있다. ‘싱글데이’와 ‘밸런타인데이’가 대표적이다. 밸런타인데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꽤 알려져 있는 날이라서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싱글데이’는 어떤 날일까?

‘싱글데이’는 말 그대로 솔로들을 위한 날이다. 아직도 연인이 없음을 한탄하며 보내는 날인데, ‘1’이 네개나 들어가는 11월 11일이다. 중국어로는 ‘광꾼제(光棍节)’라고 한다. 광(光)은 ‘온통, 모두’라는 뜻이고, 꾼(棍)은 ‘막대기’라는 뜻이다. 막대기 모양인 숫자 1이 온통 가득한 날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광꾼제는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1993년 난징(南京)대학교의 남학생 4명이 매일 같은 침실에 누워서 솔로 탈출에 관한 토론회를 했다고 한다.

<아시아엔> 독자 중에 중국에서 유학해 본 경험이 있거나, 중국 학교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영화를 본 기억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국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이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을 한다. 기숙사는 보통 4인실, 6인실, 8인실 등으로 돼 있다. 1993년이면 PC도 많이 보급되었을 때도 아니고, 스마트폰은 물론 없었으니 매일 밤 토론회를 연다는 것이 결코 과장은 아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광꾼제라는 것을 만들고 퍼뜨려서 솔로들만의 놀이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날이 마침 11월 11일이었다. 그 날짜가 애인이 없는 자신들 네 명의 모습과 같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진짜로 실행에 옮겼는데, 이게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처음 난징대학에서 시작한 것이 전국 대학에 유행처럼 번지게 되어 매년 11월 11일에 싱글들끼리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하는데, 이것을 포착하여 기회로 삼은 것이 바로 알리바바라는 기업이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 플랫폼의 이름은 ‘타오바오’다. 타오바오에서는 2009년부터 광꾼제 날짜에 맞춰서 소소한 프로모션을 기획·실행하였다.

이 행사가 2021년 13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3년 사이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는 모든 중국의 인터넷 상거래 업체의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는 날이 되었다.

2018년의 경우 타오바오 한 사이트에서만 하루 동안 우리 돈으로 약 35조원 가량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매출액을 기록하는 날이기 때문에 중국의 각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각종 할인 혜택과 이벤트를 기획하고,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서버를 확충하고, 배송 일자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이 때문인지 기록이 매년 갱신되었다. 2018년 광군제에는 오전 0시 2분 5초에 100억위안(약 1조6천억원) 매출액을 돌파했다. 2016년 6분 58초, 2017년 3분 1초에 비해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100억 매출액을 달성한 셈이다.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은 2018년 1년 사이에 243조원을 기록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 1년 매출액의 7분의 1 정도가 타오바오 쇼핑몰에서 하루 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중국 전자상거래는 전 세계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인터넷사이트를 구축하여 하루 만에 수십 조의 매출액을 올리고, 로봇을 이용하여 물품을 지역별로 분류하며, 그것을 또다시 며칠 이내 심지어 고속철도까지 이용하여 배송하는 물류 시스템을 갖추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세계에서 네번째로 땅이 넓은 나라에서도 이런 수준에 이르렀으니, 그 기술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최근 중국에서는 솔로를 탈출하기 위해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있어 화제다. 바로 5월 20일이 그날이다. 왜 5월 20일로 잡았을까? 컴퓨터로 채팅이 유행하면서 중국 젊은이들은 자주 쓰는 표현을 간단히 숫자로 나타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채팅상에서 헤어질 때 숫자 ‘88’을 입력하면, ‘바이바이’를 의미한다. ‘88’의 발음 ‘baba’가 ‘byebye’의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표현하려는 말과 숫자의 중국식 발음이 비슷한 점에 착안하여 만든 일종의 채팅용어다. 종류가 많아질수록 발음과의 상관관계는 줄어들지만 약속된 언어로서 유행해 널리 통용되었다. 이 채팅용어 중 하나인 ‘520’은 ‘我爱你(사랑해)’를 의미한다. ‘520’의 발음 ‘우얼링’이 ‘사랑해’의 발음 ‘워아이니’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 젊은이들은 여기에서 착안하여 5월 20일을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날로 정하였다. 5월 20일이 연인절(恋人节)이 된 연유다. 그럼 ‘520’이란 숫자로 사랑을 고백 받은 사람은 상대방이 맘에 들 경우 어떻게 답을 할까? 정답은 ‘521’이다. ‘521’의 발음 ‘우얼이’가 ‘워웬이(我愿意)’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我愿意’이란 ‘나 원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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