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회균형전형 10년···‘긍정 효과’ 불구 ‘왜곡된 시선’도

서울대 정문.

서울대평의원회 ‘기회균형전형 10년 보고서’ 
저소득·농어촌·장애인 등 연간 200여명 선발

[아시아엔=박수진 <서울대총동창신문> 기자] 서울대가 지리적·경제적 여건으로 대입이 불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이하 기회균형 전형)을 실시한 지 10년이 됐다. 이 가운데 기회균형 전형 입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서울대학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평의원회(의장 김병섭)는 최근 이일하 생명과학부 교수와 김성규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하는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 학생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서울대는 기회균형 전형을 통해 매년 전체 정원의 약 5%(약 250여명)에 해당하는 학생을 정원 외로 선발해왔다. 전형 1에서는 농어촌, 저소득층(기초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학생과 농생명고교계열 졸업자를 선발하고, 전형 2에서는 장애학생과 북한이탈학생을 선발한다.

지난해에는 농어촌 80명, 기초수급권 및 차상위가구 81명, 장애인 5명, 북한이탈주민 2명 등 총 172명을 선발했다. 지역별 인재를 뽑는 지역균형 전형이 수시 정원내에서 모집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기회균형 전형은 학생부를 바탕으로 면접과 실기평가만 실시한다.

연구팀은 기회균형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60명을 인터뷰하고 학교생활과 학업 등에 대해 질문했다. 그 결과 기회균형 전형 입학생들은 대체로 △학업 격차 △재정적 어려움 △기회균형 전형에 대한 왜곡된 학내 인식 △사회적 자본 부족 △진로선택의 제약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학생들은 입학 전부터 심각한 대입 정보의 격차를 겪었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진학한 선배나 면접 정보 등이 부족해 ‘맨땅에 헤딩’ 하듯 입시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대학 생활에서는 학업 곤란과 재정상황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기회균형 전형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공계열은 수학과 과학, 인문계열은 전공 전문 영어, 외국어, 문과 기본수학 등에서 큰 격차를 느꼈다고 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의 기회균형 전형 학생 학업성취도 변화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입학 초기 학업격차는 학년이 경과함에 따라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으나 졸업 직전까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대다수 장학금에 의존하는 기회균형 학생들은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장학금 선발에서 탈락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했다. 이들은 가장 時給이 높은 과외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도 어려움을 겪었다. 학부모나 학원 등이 입시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는 학생을 찾기 때문에 기회균형 학생을 꺼린다는 것이었다. 비용 문제로 대학원 진학과 고시 등의 진로 선택을 포기한 학생도 많았다.

서울대 학내의 왜곡된 인식도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학생들 사이에 출신 고교와 입학전형 등을 물어보는 문화가 있는데 많은 기회균형 학생들이 ‘쉽게 들어왔다’ ‘서울대와 어울리지 않다’는 인식을 우려해 자신의 입학전형을 숨긴다고 말했다.

과대표를 지낼 정도로 활달한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한 학생은 “서울대는 똑똑하지 않고 결함이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고, “기회균형 중에서도 농어촌이 아닌 저소득층 전형인지 역으로 추측하려 하는 것을 경험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로 인해 몇몇 학생은 같은 기회균형 학생들과만 어울리는 방법을 택했다. 기회균형 전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당 학생들의 사회적 자본 부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학년이 되면서 입학전형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동아리 활동, 학업, 진로 등의 고민을 공유하면서 긴장이 완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관심의 주제가 변화했을 뿐 왜곡된 인식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로 인해 ‘동일전형 학생들과 지내기’가 고착화되어 가는 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선배나 동기 학생에게 조언을 구하며 어려움을 해결하거나 모교가 기회균형 학생의 적응을 돕기 위해 제공하는 입학 전 러닝캠프와 멘토링 등이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이같은 경험을 한 학생들에게 기회균형 전형의 의미를 묻자 ‘벽을 허물어준 고마운 전형’,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했다고 인정해주는 듯했다’, ‘희망, 발판이자 약점’, ‘숨겨야 할 것’이라는 이중적인 감정으로 표현했다. 한편으로는 학교로부터 사회정의 측면에서 배려받은 만큼 ‘본인들이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는 책임의식도 드러냈다.

연구팀은 발표회를 열고 이같은 연구 결과를 서울대내에 공유했다. 발표회 토론 시간에 성제경 교무부처장은 “기회균형 학생의 사회적 자본과 진로선택의 제약이 실제 졸업 이후의 삶에서 가장 큰 문제”라며 “교육내용과 방법의 준비 없이 무조건 입학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문들에게도 이러한 시스템과 경험을 홍보하고 다양한 통로로 학생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회균형 학생을 전담 지원하는 교수학습개발센터 이희원 연구부교수는 “학업격차 완화를 위해 기초교과목 튜터링과 피어튜터링(대학원, 고학년-저학년 매칭)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만족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섭 서울대평의원회 의장은 “본인의 출신이나 차이, 배경 등을 솔직하게 내놓아도 문제상황이 되지 않는 건강한 사회와 학교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기회균형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잠재력을 바탕으로 잘 교육되어 졸업 이후 사회에 더 기여하고 봉사하는지 추적 자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대총동창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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