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스산별곡’···서산 갯마을과 인도 천축국의 밍밍하고 신비로운 ‘마실 이야기’

[아시아엔=편집국] 천상병 시인은 ‘귀천(歸天)’이라는 시에서 우리의 삶을 ‘소풍’이라 했다. 충남 서해의 후미진 갯마을을 어슬렁거리며 중얼거리다가 불현듯 히말라야 스피티 계곡으로 건너가 한달여 소풍하던 작가 한근식.

한근식의 <스산별곡>

작가는 인도 중부와 남부를 거쳐 마침내 이 나라 전역을 돌아다니며 웅얼거리더니 한가윗날 훌쩍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소풍’같은 삶을 그린 이야기집 <스산별곡>을 냈다

‘스산’이란 말은 충청도 서산 瑞山을 이렇게 소리낸 거다.

책은 두 부분으로 되어있다. 전반부는 작가 한근식의 거주지 충청도 서산의 갯가 이야기를 ‘담백한 수채화풍’으로, 후반부는 인도 천축국(天竺國) 이야기를 ‘묵직한 목탄화풍’으로 그려내고 있다.

<스산별곡> 저자 한근식이 10여년 전 지은 ‘가을단상’이다. “맑은 품오고 가는 철새들이 바꿔놓은 계절/탈곡기 소리 멈춰버리자/시든 풀잎은/까맣게 익은 풀씨를 터트려/늦가을 들판에 마침표를 찍는다/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늦가을 들판에/서성이다 돌아와/마루턱에 걸터앉아/신발을 벗어드니/말없음표로 쏟아지는/풀씨들…” <사진 유성문 여행작가>

작가는 일상적인 ‘스산별곡’은 신비로움으로 가득차 있는 세상으로 그려내고 있는 반면에 오히려 신비로울 것 같은 인도 소풍 이야기는 이웃 마실 나와 동네사람들과 주고받는 편안한 이야기로 그려냈다. 작가의 독특한 시각과 견해를 맛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거칠고 날카로운 세상에 우리는 늘 공격적인 언어에 시달리며 그것을 익숙한 듯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면 오히려 작가의 삶이 낯설고 허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한근식의 스산별곡은 충남 서산의 한 마을과 인도의 여러 시골의 인심을 두루 담았다

이에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감각의 문을 열어 놓으면 모든 게 다 보인다. 신비로운 세상이니, 지금 세상이 다소 거칠고 무미건조하다 하여 누굴 탓할 일은 아니다.”

이 책의 훌륭한 점 하나 더. ‘스산별곡’ 69편과 ‘천축별곡’ 20편이 한근식 작가가 직접 찍은 ‘총천연색’ 사진과 함께 293쪽 넉넉한 공간에 배치되어 있다.

다해디앤피 2019년 6월 발행, 정가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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