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스산별곡’···서산 갯마을과 인도 천축국의 밍밍하고 신비로운 ‘마실 이야기’
[아시아엔=편집국] 천상병 시인은 ‘귀천(歸天)’이라는 시에서 우리의 삶을 ‘소풍’이라 했다. 충남 서해의 후미진 갯마을을 어슬렁거리며 중얼거리다가 불현듯 히말라야 스피티 계곡으로 건너가 한달여 소풍하던 작가 한근식.
작가는 인도 중부와 남부를 거쳐 마침내 이 나라 전역을 돌아다니며 웅얼거리더니 한가윗날 훌쩍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소풍’같은 삶을 그린 이야기집 <스산별곡>을 냈다
‘스산’이란 말은 충청도 서산 瑞山을 이렇게 소리낸 거다.
책은 두 부분으로 되어있다. 전반부는 작가 한근식의 거주지 충청도 서산의 갯가 이야기를 ‘담백한 수채화풍’으로, 후반부는 인도 천축국(天竺國) 이야기를 ‘묵직한 목탄화풍’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일상적인 ‘스산별곡’은 신비로움으로 가득차 있는 세상으로 그려내고 있는 반면에 오히려 신비로울 것 같은 인도 소풍 이야기는 이웃 마실 나와 동네사람들과 주고받는 편안한 이야기로 그려냈다. 작가의 독특한 시각과 견해를 맛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거칠고 날카로운 세상에 우리는 늘 공격적인 언어에 시달리며 그것을 익숙한 듯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면 오히려 작가의 삶이 낯설고 허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에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감각의 문을 열어 놓으면 모든 게 다 보인다. 신비로운 세상이니, 지금 세상이 다소 거칠고 무미건조하다 하여 누굴 탓할 일은 아니다.”
이 책의 훌륭한 점 하나 더. ‘스산별곡’ 69편과 ‘천축별곡’ 20편이 한근식 작가가 직접 찍은 ‘총천연색’ 사진과 함께 293쪽 넉넉한 공간에 배치되어 있다.
다해디앤피 2019년 6월 발행, 정가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