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달걀·치즈 ‘포화지방’은 정말 해로운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중도(中道)란 무엇일까? 중도는 불법(佛法)에서 밝힌 참다운 수행의 길,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정(中正)의 도를 말한다.
석가모니는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깨달음을 얻어서 부처가 될 때까지 6년 동안을 대부분 가혹한 고행(苦行)의 도를 닦았다. 그러나 그 고행은 몸을 괴롭게 하는 것일 뿐, 참된 인생문제의 해결책은 될 수 없었다.
석가모니는 ‘고와 낙’의 양면을 떠나서 심신(心身)의 조화를 얻는 중도에 설 때 비로소 진실한 깨달음의 도가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또한 성도(成道) 후 함께 고행을 한 5인의 비구(比丘)들에게 가장 먼저 설교한 것도 중도였다.
중도는 팔정도(八正道)라고 하는 구체적인 실천에 의해서 지탱되는 준엄한 도다. 또한 나태·번뇌·노여움·어리석음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것에 집착하려고 하는 일변(一邊)을 모두 버려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것도 쓸모가 없는 것은 없다. 그런데 인간들은 쓸모의 있음과 없음, 옳고 그름, 이로움과 해로움 등 이분법적인 사고(思考)를 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없지만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포화지방은 건강에 나쁘고, 불포화 지방은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래서 근래에 건강을 생각해 포화지방 음식을 멀리하다 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표적인 포화지방 음식으로는 육류, 달걀, 치즈가 있다. 지나치게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높여 심혈관질환과 비만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코펜하겐대학을 포함한 12개 대학연구팀이 최대 23년 동안 34만774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포화지방 섭취는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발병률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포화지방 섭취를 과도하게 피하다 보면 영양가가 높은 다른 음식을 못 먹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다.
달걀에는 13가지 필수 비타민과 리놀렌산, 단백질 등이 들어 있고, 치즈에는 단백질, 칼슘,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연구팀은 “포화지방을 무작정 줄이기보다는 적정량 섭취해야 건강에 좋다” “성인 남성은 하루 30g, 성인 여성은 20g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섭생(攝生)에서도 중도가 필요함을 입증한 셈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치는 양 극단으로 치우쳐 있어 극열한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그래서 정치도 중도주의(中道主義 Centrism)가 필요하다. 중도주의는 정치적으로 ‘좌파와 우파’ 또는 ‘보수와 진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유부단하여 아무 의견도 못 내는 것을 중도라 하지 않는다. 중도주의는 ‘좌파나 우파’ 혹은 ‘보수나 진보’, 어느 쪽도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정 시기나 분야에 따라 좋은 정책이 언제라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중도는 사회나 정책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균형이 유지되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중도주의’라는 것은 실현이 힘든다. 왜냐하면 문제의 절대다수는 양자택일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중도라는 개념이 성립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중도주의자들도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준법정신과 민주주의 수호, 개인의 자유보호 등이 중도주의자들의 공통 전제다. 따라서 이를 통해 이성적인 취사선택을 중요시 여기고,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로 중도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