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패싱’ ‘재팬패싱’···日언론 “아베, 남북미 판문점 회동으로 ‘모기장 밖’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도쿄신문 “아베만 김정은 못 만나”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가 지난달 30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남북미 정상의 파격적인 판문점 회동으로 인해 ‘재팬패싱(일본 배제)’ 지적을 다시 받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도쿄신문은 2일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판문점 회동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주변 6개국 중 정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못한 나라는 일본뿐”이라며 “아베 총리의 외교가 또 ‘모기장 밖’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마치 ‘모기장 밖에 있는 모기’처럼 무시당하거나 고립됐다는 의미다. 이 표현은 작년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서 일본만 배제되자 종종 사용되다가 북미 비핵화 협상이 한동안 정체되며 사라졌는데, 이번 판문점 회동 이후 다시 등장했다.

도쿄신문은 일본 정부가 판문점 회동의 징후를 파악하고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며 회동 직전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근거로 제시하며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위터 광으로 알려진 고노 외무상은 회담이 실시된 지난달 30일 오전 트위터에 ‘(고노) 다로를 찾아라-입문편’이라는 제목의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를 흉내 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사진을 여럿 올리면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맞혀보라는 일종의 놀이를 팔로워들과 한 것이다. 한가하게 대중들과 이런 게임을 한 것으로 미뤄 사전에 판문점 회동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판문점 회동이 있었던 날은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폐막 후 일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일 안보조약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돌출 발언을 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도쿄신문은 “미국이 북한과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아베 정권만 보수층을 겨냥해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북한에 대해 강경 자세를 취해왔다”며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된 것은) 미국의 위세를 빌려 동아시아를 가볍게 본 외교의 결과다”라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G20을 계기로 자신의 외교 역량을 강조한 뒤 이를 이달 말 열리는 참의원 선거의 호재로 활용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맹방인 미국뿐 아니라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외교에서 악재에 직면해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을 전후해 여러 차례 일본에 미·일 안보조약이 불평등하다고 불평해 일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베 총리는 G20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회담했지만, ‘전후 외교 총결산’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공을 들였던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국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일본은 1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자국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했지만, 일본 기업들의 피해도 클 것이라는 비판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G20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진 모습을 연출했지만, 이런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의 중국 해경선 침입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국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최근 분석 기사를 통해 아베 외교의 이런 상황과 관련, ‘8개 방면의 운수가 모두 막힌 상황’이라는 표현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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