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유일한 박사의 유지 깃들어 있는 유한대학교

유일한 박사 <사진=유한재단>

[아시아엔=이주형 기자]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한국 독립운동사에 족적을 남긴 열사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1977년 유한공전(현 유한대학교)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 역시 민족의 독립에 헌신한 열사 중 한 명이다. 유일한 박사하면 유한양행을 떠올리지만, 그는 역경 속에서도 민족을 위해 피땀 흘려왔던 독립운동가였다.

1895년 평양에서 태어난 유일한 박사는 190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 고학으로 미시간주립대학교를 졸업했다. 유 박사는 대학 졸업 후 대학 동기와 식품회사를 설립해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한국에 일시 귀국했을 당시 기초적인 의약품 조차 없어 고통 받는 민족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기에, 1926년 고국으로 돌아와 유한양행을 설립했다. 우리에게도 친근한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은 1993년 유한양행이 개발한 제품이다. 유한양행은 기초의약품이 부족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소아과 병원을 개업, 저렴한 가격에 환자들을 돌보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유일한 박사가 독립운동가로 추대 받게 된 사연은 따로 있다. 1930년대 후반 미국으로 다시 건너간 그는 1942년 재미한인이 주축이 된 한인국강경비대 창설을 주도, 1945년 재미한인들로 구성된 공작원들을 국내에 침투시켜 지하조직화하려던 냅코 작전에 참가했다. 유일한 박사는 50대였음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조국 독립에 투신했다.

1945년 냅코 작전이 실행되기 직전 일본이 항복을 선언했고, 유일한 박사 역시 생전 이 작전에 대해 함구하며 냅코 작전은 세상에 밝혀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박사가 세상을 떠난지 20여년 이 흐른 후 이 사실이 밝혀졌고 1995년 정부가 그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며, 유일한 박사는 독립운동가로 추앙 받게 됐다.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온 유일한 박사는 유한양행을 재정비하면서 올바른 경영활동과 사회 공헌에 집중하며 독립 이후 우리 사회의 모범상을 제시해 왔다. 유한양행은 세무조사를 받아도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올 정도’로 투명한 기업활동을 벌였으며, 1968년엔 정부로부터 모범납세 법인으로 선정돼 동탑 산업 훈장을 받았다. 유일한 박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맡겼는데, 이는 한국 사회 최초의 전문경영인 제도라 여겨진다.

유한공고 졸업식에 참석한 유일한 박사 <사진=유한재단>

기업인이자 독립운동가, 그리고 교육자이기도 했던 유일한 박사는 1952년 사재를 털어 고려공과기술학교(1964년 유한공업고등학교로 개명)를 세웠고, 1970년엔 개인주식 8만3천여주를 기탁해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 기금'(유한재단의 전신)을 발족시켰다. 유일한 박사는 1971년 3월 11일 전 재산을 이 기금에 출연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타계했고, 그의 뜻에 따라 1977년 유한공업전문학교(유한대학교)가 문을 열었다.

개교한 지 40년을 훌쩍 넘긴 유한대학교는 현재 메카트로닉스학부 8개 학과, IT학부 6개 학과, 콘텐츠디자인학부 5개 학과, 지식서비스학부 13개 학과 등 4개 학부 32학과에서 8천여명의 학생들도 수학하고 있다. 대학 측은 ‘협업’ ‘창의’ ‘신뢰’ ‘도전’ 4C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학생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7년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유한대학교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수행한 LINC+ 1단계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직무특성, 현장중심교육, 산업환경 변화를 반영한 혁신적인 교육방식을 도입해왔다. 지난 5월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전문대학(LINC+)’ 육성사업 2단계 사업에 선정, 중소기업 현장맞춤형 전문 직업인력 양성을 목표로 국가 8대 혁신성장 선도산업 분야를 이끌어나갈 ‘산학 일체형 대학’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7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현중 총장 역시 유한대학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히 알고 있다. 1995년 유한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24년간 기획처장, 지역공유 취‧창업지원처장, 학생처장, LINC사업단장 등을 두루 역임한 김 총장은 ‘지역기반’ ‘평생직업교육’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는 한편 취임사를 통해 “교수보다 학생이, ‘티칭(Teaching)’보다 ‘학습’이 중심이 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창의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말, 문재인 대통령이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축사를 남기며 유한대학교는 세간의 화제가 됐다. 현직 대통령이 전문대학교의 졸업식 축사를 한 것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8년 만이며, 단 두 차례 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유한대학교는 일찍부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여 ICT 융합 교육을 강화하고 IT 분야와 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인재를 양성해왔다”고 말하며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해 온 유일한 선생의 ‘인류평화와 봉사 그리고 자유정신’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일한 박사는 생전 “국가, 교육, 기업, 가정 이 모든 것은 순위를 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명제들이다. 그러나 나로 말하면 바로 국가, 교육, 기업, 가정의 순위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나라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에 유한재단과 유한대학교를 설립했다. 일평생 일궈온 모든 것을 민족의 교육을 위해 남긴 유일한 박사, 그의 유지는 유한대학교에 깃들어 있다.

유일한 기념관 <사진=유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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