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큰딸 파올로 다바오시장 3연임···2022년 대선 도전 발판 마련
장남은 하원의원 당선
[아시아엔=주영훈 인턴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압승하면서 두테르테 대통령과 그의 자녀들로 이어지는 ‘가족 정치’가 공고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기 6년인 두테르테 대통령의 집권 3주년을 앞두고 치러진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상원의원(24명)의 절반인 12명과 하원의원 전원, 1만8000명에 달하는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한다.
공식 선거 결과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잠정 개표 결과를 토대로 두테르테가 이끄는 집권당 연합이 상원 12석 중 9석, 하원 297석 중 245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두테르테의 세 자녀도 출마해 모두 당선됐다. 맏딸 세라 두테르테는 아버지가 22년간 시장을 지냈던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장 3선에 성공했고, 장남 파올로 두테르테는 하원 의원에 선출됐다. 차남 세바스찬 두테르테도 다바오시 부시장에 당선됐다. 필리핀 언론 래플러는 “두테르테의 ‘자녀 3인방’이 모두 승리하면서 두테르테 가문이 다바오시 정치권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했던 이번 선거에서 그의 자녀들이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국정 수행에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자녀 3인방은 두테르테가 전처 엘리자베스 짐머맨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이다. 두테르테는 현재 간호사 출신인 시엘리토 허니렛 아반세냐와 동거하며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두테르테의 세 자녀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맏딸 세라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세라는 오는 2022년 대선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외신은 분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세라 두테르테”라고 말했다.
필리핀대학의 진 필라필 교수도 “2022년 대선 전초전인 이번 중간선거에서 세라가 진정한 승리를 거뒀다”고 했다.
세라는 아버지 후광을 입어 정계에 입문했다. 2010년 다바오 시장을 하던 두테르테가 ‘3회 연임 금지’ 규정 때문에 출마를 못하자 변호사였던 세라가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두테르테는 부시장으로 선출돼 사실상 ‘수렴청정’을 했다. 이후 두테르테는 2013년 다시 다바오 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2016년 대선 출마를 하며 세라에게 시장직을 또 물려줬다.
세라는 명문 사립대인 산베다대 법대를 나와 변호사로 근무한 엘리트이자 두 아이의 엄마다. 아버지만큼 다혈질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다바오시 판자촌 철거 현장에서 주민들의 반발에도 철거를 집행하는 경찰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던 일화가 유명하다.
두테르테는 세라에 대해 “세라 앞에서 나는 일병일 뿐이고, 세라가 장군이다”라고 말하며 딸을 정치적으로 키워주고 있다.
장남 파올로는 2016년 다바오시 부시장으로 선출됐으나 2017년 1300억원대의 마약 밀수 과정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과 자녀 학대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퇴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하원의원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차남 세바스찬은 기업인 출신으로 이번 선거에서 다바오시 부시장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필리핀에서 가족·족벌 정치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역별 유력 가문이 막대한 재산을 통해 금권 선거를 펼치며 정무직을 세습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마르코스·아키노·아로요 가문 등을 중심으로 150여 개의 족벌이 필리핀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