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명상] 걷기만큼 가성비가 높은 게 있을까?


일단 걷기모임에 참여하자

[아시아엔=김종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홧병> <마음을 치유하는 한의학 정신요법> <화병으로부터의 해방> <마흔 넘어 걷기 여행> 등 저자]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새해 첫 산행을 하면서 ‘시산제’를 지내는 경우가 있다. 다음과 같은 축문을 읊는다.

“산신령께!! 유세차 서기 O년 O월 O일, 이제 우리 모임에서 첫 산행으로 이곳에 왔으니 등산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올해도 모두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렇게 거창하게 시산제 같은 것을 지내지는 않겠지만, 봄을 맞아 작정하고 걷기를 한다면 이런 마음을 가져볼 만하다. 안전하게 걸으면서 건강을 기원하는 것 말이다.

산행과 걷기의 차이

소위 산행이라 하면 대부분 산악회 같은 모임을 결성하고 버스를 대절하여 국내외 명산을 찾는 걸 말하는데, ‘걷기’라는 타이틀을 걸고는 이렇게 화려하게 뭘 하기가 쉽지 않다. 걷기를 같이 하는 내 친구들도 이렇게 작정하고 계획을 하지는 않는다. 걸을 곳이 너무 많고, 또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다. 그리고 작정하고 걸으려고 해도 무언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

산행이라고 하면 그래도 하루를 잡아서 최소한 한 끼, 많게는 점심과 저녁까지 하루 종일 즐기고 오거나 몇 박을 하는 장기 계획을 세운다. 반면 걷기는 그저 동네 앞 산책이라고 생각해30분 정도만 하고 집에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걷기 코스는 그런 곳이 아니다. 산티아고순례길 800km, 일본의 오헨로 1200km, 지리산 둘레길 300km, 제주올레 430km, 서울둘레길 157km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코스다.

한라산 정상 산행이 하루면 충분하겠지만, 제주올레를 다 걸으려면 족히 한 달은 잡아야 한다. 걷기란 그런 것이다. 단지 짧은 코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작정하고 걸으려면 계획도 세우고 준비도 해야 하는 것이다. 걷기를 간단한 산책 정도로 생각할 수는 없는 이유다.

걷기만큼 가성비가 높은 게 있을까?

걷기에 큰 의미를 둬 작정하고 걷기를 하다보면 이런 질문이 나온다. “고작 걷기만 하려고 이렇게 먼 거리를 왔어? 집 앞에도 걸을 때가 천지인데 굳이 이곳까지?” 가성비가 뛰어난 ‘건강비법’ 걷기의 마니아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오로지 걷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걷기는 몸 건강 뿐 아니라 마음 건강에도 최고인 취미죠.”

나이가 들면서 반드시 만들어야 할 취미! 건강과 행복을 함께 줄 수 있는 가성비가 뛰어난 무언가가 있다면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취미는 일상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하며, 때로는 작정하고 그것에 빠질 수 있어야 한다. 잠시 집을 나와 동네 한 바퀴를 돌 수도 있지만, 작정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할 수도 있어야 한다. 걷기가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는 명백한 이유다.

걷기에 취미를 붙이기 위해서 ‘걷기 모임’에 참여하는 게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걸을 곳은 참 많다. 너무 많아서 문제다. 코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이 걸을 사람이 있는가이다. 특히 걷기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 경우에는 동행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

처음에는 장소가 좋아서, 그 다음엔 사람이 좋아서, 결국엔 걷기 자체가 좋아서 걷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걷기 모임에 참여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이 된다. 장소는 전문가들이 이미 찾아 준다. 사람은 모임에 반복해 나가게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고, 점차 자신의 걷기 성향에 맞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걷기에 재미를 붙이고, 걷기로부터 얻는 효능, 즉 건강이 좋아지거나 마음이 편해지거나 복잡한 문제가 해결되는 효능을 확인하면 더 자주 걷게 된다. 걷기가 습관이 되면 효능은 극대화가 된다.

그래서 걷기 모임에 참가하기를 적극 권한다. 사람 만나는 걸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걷기가 목적이라 사람의 문제는 그렇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굳이 붙어서 같이 걸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걷다가 만나는 사람을 애써 피하지만 않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보폭과 호흡, 그리고 대화가 이어지면서 말이다. 어느덧 길에서 벗을 만나게 된다. 이로써 걷기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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