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4 애국주의’ 강조하면서 민주화운동은 탄압”

5.4운동 100주년 기념식

관제 행사 제외한 민간 행사 통제···SNS 등 검열 강화
노동운동 지지 베이징대 학생들 실종···일부 “고문당해”

[아시아엔=주영훈 기자, 연합뉴스] 중국이 반제국주의·반봉건주의 운동인 5·4운동 100주년을 맞아 애국주의를 대대적으로 주창하면서도 정작 민주화 운동은 탄압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중화권 언론이 전했다.

5일 중국 펑파이(澎湃)와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대에서는 5·4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와 5·4운동 연구센터 창립 기념식이 열렸다.

5·4운동은 1919년 5월 4일 베이징대 학생들이 일으킨 항일운동이자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운동으로서, 중국 신민주주의 혁명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기념식에서 하오핑 학장은 “5·4 정신과 민족정신을 통일해 애국의 열정과 강국의 의지를 민족부흥의 위업에 융화시키자”고 주창했다. 이러한 기념사는 5·4운동의 반제국주의, 민주주의 성격보다는 애국주의를 열렬히 강조한 발언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달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5·4운동 100주년 기념식에서 애국주의를 열렬하게 강조했다. 시 주석은 “당과 인민이 하나로 단결해 민족부흥의 길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5·4운동의 정신을 발현하는 것”이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하이 푸단대학을 시발점으로 각 대학에서는 ‘조국을 노래하자’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운동이 퍼져나가고 있으나, 이는 관제 행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국가 주최 행사 외에 5·4운동을 기념하는 민간단체의 행사 등에는 통제를 강화했다. 이는 올해 중국 5·4 운동 100주년과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앞두고 시위 사태 등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특히 중국 당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내용이 퍼지는 것을 강력히 통제하고, 톈안먼 광장 인근의 검문과 검색도 강화했다.

베이징시 당국은 중국 노동절 연휴가 시작된 이달 1일부터 5·4운동 100주년 당일인 4일까지 톈안먼 근처 지하철역을 통제하기도 했다.

홍콩 명보는 지난해 중순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선전 자스(佳士)과기공사의 노동운동을 지지했던 베이징대 마르크스주의학회 회원 5명이 지난달 29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고 전했다. 선전시의 용접설비 제조업체인 자스과기공사의 노동자들은 지난해 5월부터 노조 결성을 추진했으나, 경찰의 탄압으로 수십 명이 체포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중국 전역의 노동운동가들은 물론 베이징대 학생들까지 나서 이들에 대해 지지 운동을 벌였다. 이들을 지지한 베이징대 학생 중 한 명인 추잔쉬안(邱占萱)은 최근 SNS에 동영상을 올려 자신이 경찰에 끌려가 구타와 고문, 협박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경찰이 자신의 바로 옆에 스피커를 놓고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당시 시 주석의 연설을 3시간 동안 큰 소리로 들려줬으며, 옷을 벗기고 항문 검사를 하는 등 비인격적 대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실종된다면 이는 분명 공안의 소행일 것”이라며 “모두 함께 일어나 싸우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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