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으며 귀국 김정남 살해 베트남 여성에 현지 누리꾼도 충격
“사람 목숨을 앗아갔는데 웃으며 들어와 보기 흉했다” 비판 쏟아져
[아시아엔=주영훈 기자, 연합뉴스] 말레이시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상해죄로 실형 선고를 받고 지난 3일 출소한 베트남 여성이 활짝 웃으며 고국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우리나라는 물론 현지 누리꾼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하다.
북한 공작원의 말에 속았다고 하더라도 암살에 가담한 게 분명한데 사과나 자숙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마치 스타 배우처럼 행동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도안 티 흐엉(31)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오후 10시께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갈색 선글라스를 끼고 공항 보안구역을 빠져나오면서 수많은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었다.
자신의 출소를 위해 노력해준 베트남 정부와 조기에 석방한 말레이시아 정부, 변호인 등에 감사하다고 밝힌 흐엉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고 말레이시아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참회하는 말은 없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누리꾼이 먼저 발끈했다.
“완전 스타가 됐네. 사람을 죽였는데 사진마다 웃는 얼굴”이라는 지적에서부터 “고의든, 모르고 했든 자기 손으로 바른 약품에 사람이 죽었는데 풀려났다고 웃는 것을 보니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비판이 있었다. “사람을 죽여놓고 죄의식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니 정신 나간 것 같다”는 글도 올라왔다.
베트남 현지 누리꾼도 다르지 않았다. 흐엉의 출소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는 축하와 함께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기 바란다는 덕담이 쏟아졌지만, 활짝 웃으며 귀국하는 그의 모습에 반응이 극도로 싸늘해졌다.
한 누리꾼은 페이스북에서 “어쨌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승자처럼 그렇게 웃으며 들어오는 것은 보기 흉했다”고 지적했다.
“흐엉의 첫 마디는 망자와 모든 베트남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어야 했다”는 글도 보였다.
한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흐엉이 사형을 면했지만, 무죄인 것은 아니다”면서 “자신이 저지른 일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간 타인니엔은 “흐엉이 활짝 웃고 스타 배우처럼 환영받는 모습에 누리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흐엉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여)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시티는 올해 3월 11일 갑자기 공소가 취소되면서 전격 석방됐다. 이어 흐엉은 지난달 1일 살인 혐의에서 상해 혐의로 공소가 변경된 뒤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흐엉은 이어 모범수로 감형을 받아 지난 3일 출소해 고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