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승리·정준영과 버닝썬 그리고 ‘논어’ 제대로 읽기

빅뱅 승리.

[아시아엔=김명근 한의사, <이기적 논어 읽기> 저자] “엄마 해님이 찡그리고 있어. 내가 오늘 늦게 일어났다고 화내나 봐.” 어린 아이라면 함직한 말이다. 그런 아이에게 “세상에 아이가 수억명인데, 해님이 너 하나에 반응하겠니?”라고 굳이 일러주는 부모는 없다. 아이는 누구나 자기중심적 생각을 하기 마련이니까. 굳이 교정해 주지 않아도 나이가 들면 대부분은 점차 자기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세상이라는 밖으로 나오는 법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도 못 벗어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은 다 제 잘난 맛에 산다던가? 특히 사회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지며 사는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도, 심지어는 노년이 될 때까지도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못 벗어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이 공자께 어짊(인, 仁)에 대하여 물었다. 공자께서 “나를 이겨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어짊이다”라고 대답하자, 안연이 다시 그 조목(행동요령)을 물었다. 공자께서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마라”고 답을 하였다. 논어의 안연 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서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보통은 예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지는 곳은 아예 얼씬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사극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마당놀이가 벌어지는 곳을 양반이 멀리 피해간다. “공자님께서 예에 어긋나는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라고 하셨네”라는 대사를 하면서. 다 엉뚱한 해석이다.

저잣거리에 나가면 예에 어긋나는 일 투성이인데, 안대라도 하고, 귀마개라도 하고 나가라는 말일까? 그 앞의 “나를 이겨”(극기, 克己)라는 말도 의미가 모호하다. 보통은 이기심을 억누르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석하면 그 뒤의 말과 연결이 잘 안 된다. 몇 가지 억지스러운 해석은 있지만 개운한 해석은 없다.

<논어>에 나오는 예(禮)라는 말은 단순한 예의를 넘어 질서, 제도라는 의미도 가진다. 예를 벗어나면 보지도 듣지도 말라는 말은 “보고 들을 자격이 없는 것을 굳이 보고 들으려 하지 말라”고, 나를 이긴다는 말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라”고 해석하면 뜻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굳이 어려운 해석도 아니다. 그런데 이 쉬운 문장이 왜 이천몇백년 동안 잘못 해석되어 왔을까?

‘모든 사람을 위한’ 공자의 유학이 ‘사회지배층을 위한’ 유학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양반이라면, 선비라면 아랫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속속들이 알 자격이 있고, 나랏일이라면 일일이 간섭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논어를 해석하다 보니, 엉뚱한 해석을 한 것이다.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면 남이 보인다. 남이 보이기 시작하면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워진다. 남이 나 때문에 불편해한다는 것이 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짊이다. 굳이 내 욕망을 눌러서 억지로 착하게 사는 것은 ‘가짜 어짊’이다. 남이 내 마음에 걸려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공자께서 가르치려 했던 진짜 어짊이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면, 대통령만 보아야 하는 문서도 보고, 조언도 몇 마디 할 수 있을까? 평범한 강남 아줌마의 말이 보고서 작성자의 의견보다 중시된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관의 기분은 어떨까? 크게 낙담하고 업무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것이 예에 어긋나는 ‘봄’이요, ‘말’이다.

규정에 따른 휴가를 내는 직원에게 왜 휴가를 내느냐고 꼬치꼬치 묻는 상사는 어떤 짓을 하는 것일까? 말하기 싫은 구차한 집안 상황을 굳이 말해야 하는 직원의 맘을 헤아리는 것일까? 이런 것이 예에 어긋나는 ‘들음’이다. 요 며칠 사이에 잘 나가는 K-pop 가수의 불법 동영상 유포가 화제가 되고 있다. 남의 사생활 동영상을 보려는 사람은 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동영상에 찍힌 사람의 심정을 헤아려도 보고 싶은 생각이 날까?

자기중심적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남도 나만큼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짊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우리 사는 세상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드는 출발점이다. 잘 나가는 사람일수록 깊게 새겨두어야 한다. 해님은 당신을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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