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石花) 굴 열풍②] 설 연휴 석류·캐비아 곁들인 굴과 와인, 최상의 ‘특선’

이보다 더 우아할 순 없다. 석류 곁들인 굴과 와인의 궁합 <인스타그램>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수하식(垂下式) 굴 양식은 4-5월에 굴을 붙이는 조가비 엮는 작업을 시작한다. 조가비는 주로 가리비나 굴 껍데기를 사용하며, 긴 줄에 6.5m 길이까지 조가비를 끼운다. 굴은 6-8월에 산란을 하므로 이 시기에 굴의 유생(幼生)을 조가비에 붙인다. 바다에는 굴의 유생이 대량으로 떠돌아다니는 때에 맞추어 조가비를 엮은 줄을 바다에 내리며, 이를 채묘(採苗, seed collection)라 한다.

굴의 유생이 붙은 ‘조가비줄’은 이제 ‘굴줄’이 되어 부표에 걸린 긴 줄에 묶여 바다에 내려진다. 굴줄은 40cm 간격으로 묶는데 줄의 길이는 100-200m이다. 이렇게 채묘한 굴은 두 번째 겨울에 거두므로 햇수로 2년 만에 거두며 깐 굴의 무게는 보통 8-12g이다. 채묘한 당해 겨울에 거두는 굴도 있으나 4g 정도로 잘다. 맛은 2년치의 큰 굴이 좋다.

한때 국내에서 생산된 양식 굴 중에서 알이 굵고 상품성이 높은 것의 30% 정도는 외국에 수출을 했다. 국내엔 값비싼 굴을 취급하는 식당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상황이 많이 달라져 국내에 전문 오이스터 바(oyster bar)가 문을 열었다. 서울 한남동, 청담동 등에 위치한 굴 전문식당에서 내놓는 석화 가격은 접시 크기에 따라 3만-6만원 정도다.

이에 외국의 고급 오이스터 바나 시푸드 바에서 먹을 수 있던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큼직한 상품(上品) 굴을 우리나라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굴을 초장에 찍어 먹는 게 전부라고 여겼다. 그러나 굴은 석류나 철갑상어 알젓 캐비아(caviar)를 곁들이면 더 맛이 있으며, 레몬즙만 곁들이거나 방울토마토나 딜(dill) 같은 허브를 얹어 먹어도 좋다.

굴의 종류도 다양하여 통영의 ‘스텔라 마리스’. 태안의 ‘오솔레 굴’, 고흥의 ‘블루 포인트’, 강진의 ‘클레오’ 등의 맛을 구분할 수 있으면 당신은 ‘굴’ 마니아(mania)다. 굴에는 바다 내음과 바위 내음 등이 모두 묻어 있다. 따라서 굴 마니아들은 굴도 와인처럼 테루아(terroir), 즉 땅과 기후처럼 맛을 내는 전반적인 자연환경에 따라 맛이 달리진다고 말한다.

굴은 포도주(wine)와 가장 좋은 음식궁합으로 꼽힌다. 굴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맛을 오래 즐기려면 산미(酸味)가 있고 향이 좋은 음료가 어울린다. 산뜻하고 가벼운 맛의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샴페인도 좋다. 굴과 함께 마시기 좋은 와인에는 과일향에 살짝 달콤한 맛의 ‘블랙타워 클래식 리슬링’, 미네랄 풍미가 섞여 있는 ‘오이스터 베이 쇼비뇽 블랑’ 등이 있다. 진저에일(ginger ale) 같은 음료도 나쁘지 않다.

인간은 맛과 영양이 일품인 굴을 오래전부터 즐겨 먹었다. 서양에선 기원전 1세기부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굴을 양식(養殖)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우리나라 굴 양식은 1887년 전남 고흥에서 양식을 시작했고, 1960년대 경남 통영에서 양식이 본격화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식재료가 되었다. 한반도에서는 선사시대(先史時代)부터 굴을 먹었다. 당시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가 쌓여 생긴 패총(貝塚)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것이 굴 껍질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