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②]’세계 5위 곡물수입국’ 곡물유통망 없어 식량위기 ‘속수무책’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근래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식량안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곡물 생산이 불안정하다.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들의 곡물자급률은 100%가 넘는다. 한편 우리나라의 자급률은 23.4%(2017년)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OECD 국가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85%이다.

우리나라 곡물수요량은 연간 2000만t 수준이나 생산량은 2017년 기준 469만t으로, 같은 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 471만t보다도 적어 심각한 수준에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권 곡물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곡물유통망도 없어 식량위기 상황이 오면 속수무책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곡물을 수입하는 곡물수출국에서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면 곡물가격이 급등할 수 있으므로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일본은 쌀·밀·사료곡물 등에 대해 공공비축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 공공비축 예산이 1조1000억원 정도이며, 밀과 콩은 법에 공공비축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현재는 비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쌀은 80만톤 정도가 적정비축량으로 보지만, 남북통일에 대비해 120만톤까지 확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밀(小麥, wheat)을 쌀에 이은 제2의 주식(主食)으로 부른다.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밀가루 소비량은 32.4kg이지만, 밀 자급률은 1.7%(2017년) 수준에 불과하여 98% 이상이 수입밀에 의존하고 있다. 밀 재배면적은 6600ha(2018년)로 2017년보다 28.9% 줄어 생산량도 40% 이상 줄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2022년까지 밀 재배면적을 5만3000ha로 확대해 생산량을 21만t으로, 그리고 자급률을 9.9%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소맥을 매년 200만t 정도 수입한다. 한편 ‘국산 밀’ 수요는 연간 2만t 가량이므로 2017년산 밀 생산량 3만7000여t 가운데 1만5000t이 재고로 쌓여 있어 국내 밀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1984년에 중단된 ‘밀 수매비축제’를 부활하여 2019년부터 예산 100억원으로 연간 1만t 안팎의 밀을 사들일 방침이다. 수매비축제 부활로 밀산업에 성장 발판이 마련된 만큼 국산 밀 품질 고급화와 밀 가공제품 개발확대로 소비를 넓혀야 한다.

농가의 농외소득 증대를 위하여 일본과 같이 지방을 찾는 관광으로 바뀌면 농촌관광을 통하여 농외소득을 높일 수 있다. 도시민들에게 농촌은 마음의 고향이므로 농촌의 아늑함과 풍요로움 속에서 ‘힐링(healing)농업’을 체험하며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힐링농업’은 도시민에게 정신적 휴양과 육체적 치유활동을 돕는 사회적 서비스를 담당하게 되므로 우리 농업이 가진 또 하나의 공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요즘 도시민들이 몸과 마음의 치유와 회복, 즉 힐링을 위하여 바쁜 일과를 잠시 접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농촌을 찾는다. 이에 농촌에서는 적극적인 치유를 원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힐링팜(healing farm)을 창업하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힐링주말농장을 운영한다. 세계적으로 일과 행복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큰 흐름이므로 우리 농민에게도 삶의 질은 희망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농업·농촌·농민은 언제나 역경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일구는 첨병 역할을 해왔다. 농민들은 묵묵히 농사를 지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져 왔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농민들에게 농업이 갖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 먹거리 지킴이’란 응답이 가장 높았다.

유럽 북서부에 위치한 네덜란드(Kingdom of The Netherlands, 일명 Holland)는 국토의 70%가 농목지이며, 농산물 수출이 1000억달러(2015년)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6·25전쟁 참전국인 네덜란드의 농업은 최첨단의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정부, 대학, 연구소, 농기업 사이의 연구개발 협력은 매우 활발하다. 우리는 농업을 사양산업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집약적인 미래성장산업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