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왜 이런 일이 계속①]에르도안 대통령은 왜 NBA 칸터 선수를 납치하려 했나?

NBA 선수 에네스 칸터와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

[아시아엔=편집국] 최근 아시아 일부 국가의 스포츠 관련 부서가 때아닌 국제정치 문제로 바쁘다. 무슨 일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프로농구(NBA) 뉴욕닉스의 터키 출신 에네스 칸터(Enes Kanter)는 “18일 영국 런던 아레나에서 열리는 워싱턴 위저즈와의 리그 경기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5일 말했다. 그는 그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영국에 가지 못하는 것은 한 명의 ‘빌어먹을 미치광이’(freaking lunatic) 때문이며, 터키 스파이들이 수두룩한 런던에 가면 나를 살해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칸터 선수가 언급한 미치광이는 17년째 집권 중인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다. NBA 팬들은 칸터 선수와 에르도안 대통령이 왜 이렇게 사이가 나쁜 지 궁금해 하고 있다.

<아시아엔>이 문제를 조명해 본다.

칸터 선수와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이가 갑자기 악화된 것이 아니다. 대학교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3년 전 공직에서 파면되고, 2016년 7월 터키 쿠데타 이후 닷새 동안 구금당하기도 했다. 칸터 선수는 2017년 5월 터키법원이 자신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대사관이 여권을 취소하는 바람에 루마니아공항에서 한때 억류됐다가 미국 영주권을 내세워 간신히 빠져나간 적도 있었다. 2017년 한국 방문 후 인도네시아에 갈 때도 납치 우려 때문에 인도네시아 일정을 곧바로 마무리한 적도 있다.

에르도안 정부가 칸터 선수를 괴롭히는 이유는 사실상 간단하다. 에르도안 정부가 칸터 선수를 반정부 인사로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은 것이다. 터키 정부가 해외에 있는 유명한 인사까지 반정부를 이유로 쫓아다니는 것은 2016년 7월15일 발생한 쿠데타 시도 이후부터다. 그러나 터키에서 정부가 정권 차원의 위협을 느낀 것은 2013년 12월 발생한 비리 수사 때다.

당시 에르도안의 일가 및 장관 4명이 연루된 비리와 관련해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비리 수사는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협의로 검찰이 수사에 나던 것이었다. 수사 중심에는 이란계 사업가 레자 자라브(Reza Zarrap)가 있었다. 35살 자라브는 ‘비밀스럽게’ 벼락부자가 된 사업가로 연예계에서도 유명인물이다

당시 에르도안과 AKP정부는 비리 수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수사 배후에 미국에 망명 중이던 페툴라 귤렌과 그의 지지자들을 지목했다. 당시 정부는 수사를 진행하던 검찰과 경찰이 귤렌의 지지세력이라며 정권의 힘을 이용해 이들을 감옥으로 보냈다. 에르도안은 비리에 대한 수사를 일종의 ‘법적 쿠데타’라고 규정하며 귤렌의 지지세력이라고 의심되는 검찰, 경찰 및 그들의 가족까지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반면에 친정부 언론에 여러 번 출연한 자라브는 ‘터키의 최고 자선사업가’라는 식으로 영웅처럼 대접 받았다. 자라브는 석방 후 터키 산업부 및 경제부로부터 상을 수상하며 훌륭한 사업가로 이미지를 쇄신했다.

터키정부는 자라브를 향한 검경의 비리수사를 ‘터키를 향한 사법 쿠데타’로 지칭하며 그는 아무 죄가 없는 사업가라고 했다. 그런데 자라브는 석방 뒤 미국으로 도피하여 자신의 범죄를 모두 털어놨다. 그는 법원에 출석하여 대이란 경제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를 인정하고, 배후에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이 지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터키 에르도안 정부의 비리는 칸터 선수에 의해 외부세계에 알려졌다. 칸터는 또 귤렌 지지 발언을 수시로 하고 다녔다. 자연히 에르도안 정부의 분노 대상이 된 것이다.

이제 칸터 선수가 납치되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죽지 않는 한 에르도안 대통령과 칸터 선수의 마찰과 갈등이 조만간 각국 매체의 스포츠면을 장식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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