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박노해 시인 어떤 인연?···성탄메시지 ‘그 겨울의 시’ 인용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를 인용해 성탄메시지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성탄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인권 변호사 출신 문 대통령과 노동자 출신 박 시인은 어떤 인연이 있었나 새삼 궁금증을 자아낸다.
후보 시절 지난 5월말 입적한 故 조오현 스님의 ‘서해안 낙조’ 등의 시를 좋아한다고 공개한 것으로 봐 박 시인의 시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2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 시인의 ‘다른 길 사진전’에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찾은 적이 있다. 문 대통령과 박 시인은 박노해 시인의 사진을 소재로 환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연으로 박 시인이 감옥에서 출소한 후, 앞서 2000년 설립한 비영리사회단체 나눔문화(이사장 임소희)는 라 카페 갤러리(종로구 부암동)에서 열리는 박 시인 사진전 초대장과 ‘나눔문화 소식지’를 청와대 문 대통령 앞으로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에겐 지난해 10월 나눔문화 김예슬 사무처장 등이 출간한 <촛불혁명>(느린걸음)도 전해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천주교 세례를 받았으며, 박 시인 형(박기호)은 천주교 신부로 현재 충북 단양에서 천주교 마을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대통령이 성탄메시지로 인용한 박 시인의 ‘그 겨울의 시’.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이 시는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 수록돼 있다.